암기식 공부보다 문제 해결 과정이 중요

유럽에서도 상위 1%에 속하는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올해로 흐로닝언대 총장에 취임한 지 7년째인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은 네덜란드 젊은이들이 한국과 달리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암기식 교육이 아닌 열린 대화라고 말한다.

 
 
OECD 국가 중에서 국민의 행복지수가 3위, 어린이의 행복지수가 1위인 네덜란드. 유럽에서도 삶의 질이 높고 만족도가 큰 네덜란드 흐로닝언은 네덜란드 북부 도시로, 인구의 50%가 35세 미만으로 젊은이들의 도시이자 네덜란드 최고의 학생 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그곳의 흐로닝언대학은 1614년 8월에 설립되어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학교로 정평이 나 있으며 특히 재료공학과는 세계 9위이다. 미국 MIT에서 개최된 2012년도 국제합성생물학 경연대회에서는 하버드와 예일대학을 앞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흐로닝언 도시 자체도 젊은이들이 많아 젊고 활기찬 도시로 유명하다. 유서 깊은 흐로닝언대학에는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고 있으며, 흐로닝언 인구의 25%가 흐로닝언 대학생으로 집계되고 있다. 흐로닝언 대학 중앙 도서관에는 한국 도서 코너가 개설되어 서적 천여 권과 전자도서 2백 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흐로닝언 도시 자체도 젊은이들이 많아 젊고 활기찬 도시로 유명하다. 유서 깊은 흐로닝언대학에는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고 있으며, 흐로닝언 인구의 25%가 흐로닝언 대학생으로 집계되고 있다. 흐로닝언 대학 중앙 도서관에는 한국 도서 코너가 개설되어 서적 천여 권과 전자도서 2백 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한국인 딸을 사랑하는 네덜란드 아버지의 마음
한국을 방문한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과의 첫 만남에 그는 휴대전화를 열어서 한국 출신 입양아인 딸 양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리따운 외모의 소유자인 그의 딸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은 한국이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 관심이 크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말한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은 헤이그 근처에 있는 델프트 네덜란드 기술 대학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의 딸과 손녀딸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의 얼굴엔 사랑의 미소가 가득했다.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이 몸담고 있는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은 한국 대학과 교류가 활발하다.
“어느 날 대사님이 한국과 협력하는 일을 의논할 때 제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대답을 했어요. 아직 네덜란드에는 한국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지리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내용을 더 많이 넣도록 교과서 편집자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성과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송도글로벌대학교에도 흐로닝언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을지 검토 중입니다.”
흐로닝언대학은 현재 서울대학교를 비롯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고려대학교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앞으로 2년 후에는 서울대학교와 흐로닝언대학 간에 활발한 교류 속에 대학원 과정, 석사학위 혹은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 중에 있다.

‘왜’라고 질문하고 해결하는 능력 키워야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은 한국 젊은이들과 네덜란드 젊은이들의 행복지수가 현저히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한 가지를 손꼽았다. 한국 대학생들이 네덜란드 대학생보다 훨씬 더 공부를 많이 하지만 주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공부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을 던졌다.
“젊은이들이 인생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좀 더 깊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오늘날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무수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이미 답이 나와있는 것이 많아서 이러한 지식은 몇 년 이내에 낡은 것이 됩니다. 지식이 아주 빠르게 교체되고 있죠. 그래서 그렇게 알려진 정보의 정답을 외우기보다 삶 속에서 올바른 질문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배움의 자세라고 말하는 그는 네덜란드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보다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훨씬 적다고 말한다.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질문을 하는 기술과 호기심을 갖는 것입니다. 무언가가 어떻게 되는 것,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그런 호기심들이 많습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기술을 배웁니다. 어떻게 공부하며, 어떤 자료가 필요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에 대한 고민 말이죠. 학생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암기만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답을 얻었는지 그 과정이 중요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그런 것이 수업의 새로운 학습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네덜란드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행복한 가정을 누리고 있습니다. 부모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도 부모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시아의 고유 문화가 있는 만큼 이런 환경을 쉽게 바꿀 순 없습니다. 이것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주변 환경에 기인한 것들이어서 변하려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은 한국의 대학생들이 부모와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도록 권장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혼자 공부하기보다 친구들 여러 명과 함께 협력한다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신뢰하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 그는 누구인가?
1968년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젊은이들은 세계를 변화시키고 싶었고, 전쟁이 끝나기를 원했다. 당시 17살인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도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고민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다른 사회를 원했습니다. 혁명적인 젊은이들이 많았죠. 저 역시 저에게 필요한 전공이 무엇인지 시험을 봤는데 사회학을 전공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의학으로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히 악성 종양인 호지킨병의 특성에 대한 연구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 종양 세포 중 1% 미만의 악성 세포를 연구하고 많은 것을 발견하면서 림프종과 백혈병에 대해 수백 편의 논문도 저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하버드에 들어갔습니다. 모두가 제가 하버드에 들어간 것을 잘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흐로닝언대학 교육이 저에게 더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버드에서 일자리를 제안했지만 거절했고, 흐로닝언대학으로 돌아갔습니다. 네덜란드에 계신 교수님과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흐로닝언대학에서 처음에는 병리학자로 지냈는데, 그 다음에는 조교수가 되었고 1985년 36살이 되었을 때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캐나다 에드먼턴에 있는 앨버타 대학에서 크로스 암센터의 연구 의학과 병리학 원장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앨버타는 로키 산맥 부근이었습니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근무했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대학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네덜란드에 계시던 장모님이 편찮으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실 정도는 아니었지만 혼자 계시진 못했습니다. 처남이 모시긴 했는데 10,000km 떨어져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해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스위스로 가기로 했는데, 흐로닝언대학에서 오라고 연락이 왔고,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흐로닝언대학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지요.”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은 병리학 학장으로 초빙되었고, 병리과 연구의학 학장이 되었고 몇 년 후 의과대학의 학장이 되었다. 그는 대학병원과 의학부를 합병시키기 위해 9년이란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두 곳은 각자 다른 기관이었지만 결합한다면 더 훌륭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학에서는 합병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잘 진행되지 않았지만 결국 성사가 됐습니다. 2008년에 흐로닝언대학의 총장이 되었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전 대학에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의 궁극적 연구 과제
그가 앞으로 30년간 더 연구할 과제는 3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 번째는 ‘건강한 노후생활’, 두 번째는 ‘어떻게 사람들이 건강히 오래 사는가?’ 하는 문제이며, 세 번째는 인간의 재능이 어떻게 공평하게 실현되는가’의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흐로닝언대학은 인류가 추구하는 건강에 대한 이러한 방안을 찾아내는 데 기여한다.
“아시다시피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됐지만 항상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끼치는 요인이 유전적인 문제인가, 환경의 문제인가 하는 것입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 큰 규모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시브란트 포퍼마 총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는 치매 인지능력, 당뇨병 증세의 상태, 환경오염에 대한 폐의 기능 등에 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 상태가 유전적, 환경적인 것과 어떻게 복합되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화석 연료를 어떻게 친환경 연료로 사용하며 교체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만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영향력과 에너지 관할법과 사회과학도 관여되는 연구 파트이다. 그는 이런 다양한 연구를 통해 더욱 안정된 미래를 창조하고 기여하는 대학의 리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사진 |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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