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족의 의미를 비교해볼 영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배우 조정석과 신민아의 연기가 돋보였다. 신혼부부의 갈등과 화합을 코믹하게 풀어내어 특히 남성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한편 노부부의 실제 삶이 담긴 다큐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뜨거운 눈물을 선사했다. 신년에는 두 영화로 인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학자들은 가족을 ‘성과 혈연, 거주, 운명, 애정, 가계’의 공동체요 결합체로 정의한다. 가족은 남녀 간의 사랑을 시작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배려와 존중 그리고 희생적인 사랑을 품어내는 사회 구성원의 최소 단위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완전한 성체에 비유하다면 가족은 그 몸을 이루는 세포cell가 있다.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몸의 건강은 단위세포들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사회가 건강하다는 것 역시 세포로서의 가족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달려있다. 부모가중심이 된 가족 안에서 존중과 배려, 희생적 사랑을 맛본 가족 구성원들은 그들이 받은 사랑과 건강한 마음을 사회에 환원한다.
식물은 따뜻한 햇볕을 오랜 기간 받는 동안 광합성 작용으로 열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환원해 준다. 세포로서의 가족건강의 기본은 가족의 중심인 부부간의 사랑이다. 육체적 사랑을 넘어 배려와 존중이 기반이 된희생적 사랑 말이다.

신혼부부의 서로 다른 환상
얼마 전 개봉된 부부를 소재로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시인을꿈꾸며 사는 영민과 그의 아내 미영이 주인공으로 평범한 삶을 그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76년간의 부부인연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소소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티격태격 갈등을 겪고, 존중과 배려의 소중함을 발견해가는 젊은 신혼 부부 이야기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깨뜨리고 실제의 삶 속을 다뤘다는 점이 젊은 부부에게는 많은 공감대를 일으키고 있다. 미혼자들에겐 결혼생활을 객관적으로 미리 엿보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4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된 영민과 미영은 신혼의 달콤함도 잠시 삶의 서로 다른 패턴으로 인해 생활 속에서 자주 부딪힌다. 수십 년을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연애기간을 거치긴 했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점 때문에 갈등을 빚는다. 시인이 꿈이었던 영민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 이상으로 시를 소중하게 여긴다. 영화 속에서 영민이 자신의 소중한 것들이 방
해를 받을 땐 영락없이 아내와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가장 소중한 배우자의 가치보다 자신을 더 크게 여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부의 갈등은 결혼 전 서로의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고 첫사랑과 결혼을 했더라면 삶이 더 행복해졌을 것 같은 환상 속에도 빠지게 만든다. 이런 위태한 주인공들의 불행한 가치관을 바꿔주고 건강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도록 감초 역할을 하며 이끌어주는 주변 인물들이 있다. 영민이 만나게 되는 판해일 시인과 신혼집주
인 아주머니가 그들이다.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거야. 그렇지만 시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쳐서는 안 돼. 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쓰는 거야.”
“여자한테는 처음 만난 남자가 첫사랑이 아니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 첫사랑이래.”
주변인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결혼 생활에서 배우자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과 배려의 가치관을 배우기 시작한다. 각자의 관념 속 이상형과 이상적인 삶을 깨뜨리고 지금 곁에 있는 배우자와 한마음으로 사는 것, 부부로서의 진정한 의미의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부부간의 참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희생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이 바탕이 된 정신적 사랑, 조건 없는 사랑임을 시사한다.

 
 
노부부가 살아온 행복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관객들을 동원했을 만큼 인기를 끌며 남녀노소 모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76년간 노부부가 겪어 온 인생의 희로애락,한마음으로 된 아름다운 부부의 사랑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어, 관객들은 부부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님아, 그 강을건너지 마오>는 어떤 면에서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후속 편처럼 느껴진다. 부부생활에서 갈등의 시간을 넘고 마음으로 하나가 된 부부가 노년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을 자세히 그려놓은 영화이다. 영화는 자기중심적인 삶이 아닌 실제 배우자와 오랜 기간을 한마음으로 건강한 부부로서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사는 모습이 정겹고 인상적으로 표현된다.
부부는 무촌이다. 부정적 의미는 함께하다가 헤어지면 아무것도 아닌 관계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촌의 참 의미는 부부는 하나이며, 배우자가 바로 나의 또 다른 자아이자 내 자신의 참모습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나가 되는 길은 나의 또 다른 자아 앞에서 자기중심적 생각을 비울 때 가능하다. 그래서 무촌의 참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자신보다 분신인 배우자를 더 위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촌인 부부는 모든 촌수의 시작이기도하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으로 자신을 비우며 만들어내는 무촌간의 희생적 사랑 속에 가족 구성원들이 건강한 촌수로 엮으며 성장한다. 사회는 곧 가깝고 먼 촌수의 거대한 연속 관계이다. 이 거대한 사회의 건강지수는 존중과 배려, 희생과 사랑을 받은가족구성원들의 행복에 달려 있다.

 
 
Tomorrow 독자들에게 당부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에 하나는 자살률과 함께 이혼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이다. 부모의 불행한 사랑, 가족원간의 모순과 상처 속에서 결혼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싱글족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인 가구 수는 450만 명으로 전체 가구수의 25%에 이른다고 한다. 결혼 이후에도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1인 가구도 있겠지만 은둔형 싱글족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결혼을 회피하는 은둔형 싱글족의 주요 관심사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을 나눌 대상을 찾는다는 것이라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사람은 누구나 육체의 욕구만 채우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며 사랑을 먹어야 살 수 있다. 마음을 나누고 살 온전한 대상으로 분신과 같은 배우자를 얻는 것만큼 좋은 길은 없다. 서로 다른 패턴과 가치관으로 다툼과 상처도 있겠지만 배려와 존중 그리고 희생적 사랑을 맛보고 하나가 된 부부는 두 편의 영화처럼 자신도 행복하고 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본 세포인 것을, 2015년 새해를 열며 Tomorrow 독자들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담당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진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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