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미국을 생각)’ 하는 쫀득한 마음의 발견 (6), 봉사를 다녀온 지 9년 된 신웅희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산호세, 인디언 마을, 하와이.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서울 굿뉴스코 총동문회장인 신웅희 씨는 9년 전 큰소리로 외치며 미국을 활보하던 기억을 지금까지도 잊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컴퓨터 공학부 출신인 그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처리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가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자신의 성품이었다.

 
 
“공부만 열심히 했던 제가 얼마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서툰지 잘 몰랐습니다. 제 자신이 엄격하고 다혈질인 것을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발견했어요.”
무엇보다 미국 서부 대륙의 장이었던 그가 다른 사람을 품어주지 못했던 기억 또한 남아서 미안함도 없지 않다고 한다. 그는 성품상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보다 개인 기업에서 도전과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시절 굿뉴스코 정신을 배운 후에는 모든 면에서 칠전팔기로 일했다. 한번은 단과 대학에서 사진전을 하는데 학교 측으로부터 여러 번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었다. 보통 학생들이 따지고 대들지만, 그는 겸손한 태도로 급기야 “이런 학생도 다 있느냐?”며 담당자의 마음을 얻었다. 그리고 결국 사진전을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미국 해외봉사자인 그와 8년 전 아프리카 가나를 다녀온 정성실 씨, 두 사람은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현재 백년가약을 맺은 지 3년차 커플이다. 특히 두 부부의 담화를 통해 해외봉사가 내 생애 어떤 도움이 됐는지 나눠본다. 

Q. 두 분 모두 해외봉사자 출신인데 원래 두분의 성품은 어떠셨나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누구에게든 마음 속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죠. 처음 본 사람 앞에서는 자주 긴장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크고 바로 지쳐 버렸죠. 어떤 사람을 만나서 말로 끌어오는 자체가 힘들어서 말도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치밀하게 계획하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는 편입니다. 결혼 전에 대안학교에서 교사였는데, 적성에 잘 맞고 보람도 있었죠.  

Q. 그렇게 성격이 다른 두 분이 결혼을 한 후 어떻게 도움이 됐고, 좋아졌나요?
 해외봉사를 할 때 사람들과 부딪히고 조율하는 데 많이 서툴렀습니다. 저는 제 기준과 잣대가 강한 편이라서, 그때 좀더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될 걸 후회하기도 했죠.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좀더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결혼해서도 연장선으로 조율하는 것을 배우고 있는 단계입니다. 아내를 생각하면 저 하나만 보고 지방에서 서울로 시집을 왔기 때문에 외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기대어 쉬기도 해야 하는데, 제가 꼼꼼하고 완벽한 편이죠. 봉사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자주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돌아보곤 합니다. 
 해외봉사를 하면서 25명의 멤버들과 매일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다보니, 마음이 잘 맞지 않더라도 상황을 조율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실제로 결혼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형제간에, 부모님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요. 남편이 그런 반면 완벽을 추구하고 꼼꼼하기도 해요. 계획도 철저합니다. 그래서 가끔 숨막힐 때(^^;)도 있지만 든든해요.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 많은데, 일을 해도 계획을 세워서 모든 부분을 잘 처리하는 게 장점이죠.

Q. 해외봉사를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어떤 점이 어려웠을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결혼하기 전에 생겼던 환상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거죠. 제가 원하는 것이 가끔 기준이 높을 때, 봉사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면 작은 것에도 고맙고 감사하죠. 하지만 가끔 남편은 편안하게 표현하는 점이 서툴러서 때로는 부드럽게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강하게 말하기도 해요. 그런 단점이 사실 장점인 거죠. 어떤 부부가 싸우지 않겠어요? 그런 부딪힘 속에서 때로는 어려움도 느끼지만, 남편이 의지가 되고 부족할 때마다 저를 이끌어 주어서 든든합니다.
특히 저는 결혼 생활에서 금전적으로 꼼꼼한 편입니다. 또 스타일도 딱딱해서 보수적이죠. 하루를 꽉꽉 채워서 사는 스타일이죠. 그런 저의 타이트한 성품을 아내는 잘 받아 주죠. 특히 제가 실수를 해도 받아 줘서,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은 기독교의 정신이 흘러서 크게 영향을 끼친 곳입니다. 특히 저역시 미국에서 힘들 때마다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읽습니다. 그리고 직장의 문제와 가정의 문제를 <성경>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환란이 많았지만 결국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저의 미래의 모습으로, ‘아내는 연약한 그릇’이라는 말은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정답이었죠.^^

 
 
아내는 남편을 바라보며 믿고 쉰다. 남편은 아내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동상이몽을 꿈꾸다 서로의 오해와 편견으로 아름다운 시간을 깨뜨리기도 한다. 부부가 서로 부족한 점을 느끼고, 서로 채워주고 의지해 가는 것이 부부라는 관계이다. 해외봉사를 통해 신웅희 부부가 서로 양보하는 법을 배웠다. 때때로 예민해지는 부분도 한 발 뒤로 물러서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고백하는 두 사람.봉사를 통해 얻은 지혜가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한 부부의 앞날은 밝아보인다.

디자인 | 김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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