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미국을 생각)’ 하는 쫀득한 마음의 발견 (4)

대학생 김은우에게 찾아 온 두근두근 설레는 언어, 영어. 영어를 사랑하다 못해 지속적인 공부를 꿈꾸는 그녀는 미국 전역을 다니며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디트로이트에서 연락이 된 그녀의 좌충우돌 영어 정복기를 전한다.

 
 
미국에 온 지 벌써 9개월째입니다. 수많은 관광객과 뉴요커들로 혼잡한 거리의 뉴욕에서 눈이 휘둥그레진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타임스퀘어도, <오페라의 유령>이나 <맘마미아> 같은 유명 뮤지컬이 상연되는 극장이 즐비한 브로드웨이도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렸죠. 9개월 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영어가 늘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굿뉴스코를 통해 미국에서 해외봉사를 하게 되면 주로 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 및 전반적인 것들을 준비합니다. 자원봉사자나 참가자들을 직접 모집해서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참 많아요. 그때 입을 여는 게 정말 중요하죠. 머릿속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입으로 내뱉는 게 중요해요.

영어에 매력을 느낄 때?
미국에 지내면서 살아있는 표현을 배울 때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하루는 영어캠프를 위해 아이티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미국인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기다리면서
“나 아이티 처음 가는데, 조금 긴장된다! 너는? This is my first time to go to Haiti!
I am so nervous… you?”라고 물어보자, 그 친구가 “I have butterflies in my stomach!” 라고 대답했어요. ‘뱃속에 나비가 있는 것 같다고? 갑자기 웬 나비?’ 싶었죠. 알고 보니 ‘긴장되고 흥분되고 설레는 감정’을 뱃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표현한 거였어요. 그 표현을 처음 배웠을 때 대박을 몇 번 외쳤는지 몰라요. 긴장되고 설레어서 울렁거리는 듯한 감정을 뱃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에 비유를 하다니…. 자주 듣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이렇게 살아있는 영어 표현을 배워갈 때마다 영어에 조금씩 조금씩 더 매력을 느꼈답니다.

반복해서 말해 봐
미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입을 열 수밖에 없는 기회가 정말 많았어요. 오피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실내에 앉아 있어서 말할 기회가 많이 없을까 봐 걱정 했는데 큰 오산이었죠. 콜센터, 인포세션, 인터뷰 등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콜센터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려주거나 문의 전화에 답해야 하는 일이 많아요. 처음에는 전화로 외국인과 통화를 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죠.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의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입모양을 보면서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상으로는 그걸 알 수가 없잖아요? 또 뉴욕에는 특히 원어민뿐만 아니라 인도, 태국, 페루, 콜롬비아 등등 세계 각지에서 이민 와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은 전화상으로 발음을 알아듣기가 더 어려워요. 이 사람들도 한국인 억양이 섞인 저의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해했어요. 콜센터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 “죄송하지만, 뭐라고 하셨어요? Pardon me?”를 몇 번이나 물어봤는지 몰라요. 하도 물어봐서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은 사람도 있었죠. 그땐 정말 충격이었어요.
영어를 조금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말한 영어를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다른 사람에게 빨리 일을 넘기고 싶었지만 영어 실력은 그대로겠다 싶어서 굴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고 받으며 입을 열었어요. 많게는 하루에 60명과 통화하며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덕분에 지금은 전화로 외국인들과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아요! 아, 그리고 예전에는 물 흘러가듯이 빨리(?) 말해야 영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사를 전달할 때는 정확하게 말하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특히 전화상에서는 더욱요. 조금 느리게 말하더라도 정확하게 말하다 보면 나중에는 말하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말하는 게 저절로 자연스러워져요.
 

머뭇거리지 말고 폭발적으로 말해보기
미국에는 한국인 해외봉사자뿐만 아니라 태국, 멕시코, 자메이카, 콜롬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봉사자들도 있어요. 그래서 모임을 가질 때면 항상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죠. 100% 영어로 모임이 진행될 때도 있지만 한국인들이 많아서 한영 통역을 쓰며 모임이 진행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종종 순차통역(연사가 한 문장을 말하면 통역사가 한 문장씩 통역하는 방식. 연사와 통역사가 번갈아 가면서 말함)를 하거나 소규모 모임 때 동시통역(연사가 말하는 동시에 통역사도 통역을 하는 방식)을 할 기회가 종종 있었어요. 통역은 우선 연사가 말을 하는 동시에 바로바로 말을 내뱉어야 하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 순발력을 키울 수도 있고, 언어 활용 능력도 생기게 되요. 특히 통역을 할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폭발적으로 말하는 게 중요한데, 꼭 통역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폭발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참 좋아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단어로라도 바로바로 입으로 내뱉다보면 나중에는 머릿속으로 한국어에서 영어로 전환시키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영어로 술술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한국외국어대학교 1학년 김은우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