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알리'의 기적같은 변화, 아이티, 민간외교관_이현정

모교 대학의 학생들이 준비한 무료 강연 <심청연: 마음을 듣고 이야기하자>이 뜨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의 도전과 꿈을 찾은 이야기가 강연의 포인트이다. 2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와서 동덕여대 무대에 섰던 이현정 씨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한다.

 
 

<심청연> 강연에서는 선배들이 스토리텔러가 되어 후배들의 꿈과 진로에 도움이 되는 로드맵을 제시해준다. 청춘의 고민을 저마다의 도전으로 풀어낸 경험이 있는 강연자의 스토리는 듣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0월 30일 동덕여자대학교를 시작으로 세종대학교, 숭실대학교, 명지대학교에서도 진행됐다. 아나운서가 꿈인 사회자, 힐링 강연의 주인공 강연자, 노래로 치유하겠다는 뮤지컬 배우, 이 모든 것을 기획하는 기획자까지 대학생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삼박자가 척척 맞았고 강연장에 참석한 이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심청연의 첫번째 주인공은 이현정 씨. 유독 눈에 띄는 그녀는 통통 튀는 에너지 그 자체였다. 딱히 잘하는 게 없었다는 그녀의 고백과 달리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그녀는 마당발이다.
또한 <심청연> 강연을 기획, 후원금을 받아내는 것까지, 이런 팔방미인이 또 있을까 할 정도다. 그런 이현정 씨가 첫번째 강연자로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로 해외봉사를 꼽았다. 

봉사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예의
2011년, 2012년 2년 연속 미국에서 봉사를 한 이현정 씨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크게 배웠단다. 21살의 꿈쟁이 그녀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나니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게 됐다며 미국에서 아이티로 영어캠프 봉사를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다.
최빈국 아이티는 2010년 1월, 7.0의 강진으로 초토화됐고 오랫동안 건물이 복구되지 않았다. 지금도 지진의 잔해가 남아있는 나라이다. 특히 10대와 20대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구호 생필품을 기다리며 전세계의 도움을 입었던 아이티, 세계는 아이티에 보낸 구호물자를 연일 보도했지만 이현정 씨가 아이티에 갔을 땐 현장은 더욱 참혹했다고.
“누구든 기회가 된다면 나라를 버리고 이민을 가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폐허가 된 나라를 두 눈으로 보면서 꿈마저 잃어버렸다. 급기야 미국 굿뉴스코 지부장은 제 1회 아이티 영어캠프를 열자고 제안했다. 슬로건은
“아이티에 소망을 전하자!Deliver HOPE to Haiti!”였다. 미국 대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신청했고, 캠프에 참석하려고 모인 아이티 아이들은 무려 6,000명이나 되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처럼 가르치세요!
사람의 마음은 자주 밭에 비유된다. 밭에  심은 대로 묘목이 자라 열매가 맺힌다. 그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행동과 삶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현정 씨는 아이들의 마음에 캠프의 슬로건을 심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티에 도착해보니 짓궂은 아이부터 장난꾸러기 아이들 때문에 혀를 내두르게 됐고, 결국 힘겨워 눈물까지 흘렸단다.
“아이티 아이들에게는 교육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였어요. 제가 맡은 60명의 반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던지요. 아이들은 또 얼마나 산만하든지요?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선생님, 목이 너무 말라서요. 물 좀 마시고 올게요. 선생님,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만나고 올게요. 그래서 보내주고 나니 나중에는 교실에 반도 채 남지 않았죠. 상황은 다른 반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들은 더우면 더워서, 싫으면 싫어서 학교를 그냥 뛰쳐나가는 겁니다.”
그때 지부장이 그녀에게 해준 이야기는 평생 들을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우리가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이티에 온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가족과 친구를 잃고 그 절망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배우는 것에 관심이 없고 꿈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망을 주러 온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10일이 될 겁니다! 온 마음으로, 눈물로, 목소리가 다 쉬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세요! 그리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혼내주고 계속 가르쳐 주세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장 뜨거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부장의 진심이 통해서인지, 모든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에 새롭게 불이 지펴졌다. 다음날부터 학생들을 보살피는 자원봉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가르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가장 먼저 목소리가 쉰 사람은, 바로 지부장님이셨어요. 그분의 이야기처럼 한 명이 수업을 슬쩍 나가려고 할 때마다 이름을 부르고 대화했더니 60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었죠. 그 중 제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한 10대 소년을 만났어요.”

▲ 제 1회 아이티 영어 캠프에서 우리반 아이들과(맨 아래에 오른쪽에서 두번째 앉아있는 학생이 알리).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캠프 기간 중 공연을 통해서 음악을 알려주는 시간도 있었다.
▲ 제 1회 아이티 영어 캠프에서 우리반 아이들과(맨 아래에 오른쪽에서 두번째 앉아있는 학생이 알리).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캠프 기간 중 공연을 통해서 음악을 알려주는 시간도 있었다.

알리가 달라졌다
그의 이름은 알리, 알리는 반 아이들 중에 가장 비뚤어져서 놀기만 한 말썽꾸러기였다. 삶의 무게가 그를 거칠고 방황하는 청소년으로 만들었고, 그 또한 자신을 방치시킨 것이었다. 알리와 그녀는 꽤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현정 씨는 그녀의 진심을 알리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과의 인연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알리를 평생 만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관심을 가졌고, 이름을 불렀고 가르쳤어요. 정말 쉽지 않았죠. 그리고 1년 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알리를 캠프에서 다시 만난 겁니다. 제 이름을 부르며 다가 온 아이의 표정은 여전히 익살스럽더군요!”
알리는 지난 캠프에서 모았던 스티커 판을 꺼내들며 그녀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알리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녀처럼 아이티를 위해 일하는 자원봉사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의사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놀라워요? 그 아이가 제 미래도 바꿨어요. 누군가를 위해 한 희생이 헛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같았으니까요.”
  꿈도 없고 공부에 관심이 없던 한 소년의 변화. 알리는 아이티를 변화시킬 어린 묘목이었다. 그녀는 대학가 강연장에서 알리의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의 변화를 목격한 청중도 숙연해졌다. 강연이 끝난 순간까지 그녀가 아름다워 보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문득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흥얼거려본다.

 
 
11월 22일, 이현정 씨는 한국 동두천에 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땡스기빙데이 파티를 준비했다. 물론 20명의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이 함께했다. 해외봉사 기간 동안 행사를 기획, 준비했던 경험을 살려 1,000장의 편지를 미군 부대, 병원 등의 기관에 들러 전달했다. 멤버간에 서로 의논하며 댄스, 합창, 게임을 준비했다. 파티에 초대를 받고 참석한 미국인은 30명. 특히 미군 가정이 추수 감사절 음식을 만들어 주어, 미국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며 행복한 시간을 맞았다.
“굿뉴스코 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땡스기빙 파티에서 정말 행복했어요. 한국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 우울증에 걸려있었거든요. 땡스기빙 파티를 같이 준비해 보자고 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답니다. 해외봉사를 다녀와서 그 나라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한국 대학생들의 활동이 굉장히 뜻깊고, 저 역시 기회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해외봉사를 추천하고 싶어요!” /-요리를 담당해준 해나 산체스Hannah Sanches.
  “이렇게 우리를 찾아와 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해외봉사를 다녀와서 그 나라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활동을 한다는 것이 매우 뜻깊다고 생각되고, 내년에도 동두천을 찾아와 주었으면 합니다.” / 맥긴티 애나McGinty Anna
“땡스기빙 파티에서의 따뜻한 온기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특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굿뉴스코 단원들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저를 초대해 주어 감사합니다!” /토리 러핀Tory Ruf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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