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선가 ‘소통’이란 단어는 우리 주변에서 인기어가 되었다. ‘소통의 리더십’, ‘소통의 부재’, ‘소통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소통 전문가’라는 직업군도 생겨났다. TV에 간혹 ‘가정소통 전문가’, ‘남녀소통 전문가’라는 직함으로 출연하는 방송인들을 보면 소통이란 단어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본 글은 소통의 정확한 의미를 짚어보고 자신의 소통방법에 문제는 없는지, 혹시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이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소통이란 단어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소통은 한자어의 ‘의사소통意思疏通’의 준말로 영어로는 ‘뜻을 나누다, 의미를 공유하다’라는 개념의 동사인 ‘communicate’의 명사형,  ‘communication’으로 알려져 있다. 좀더 학술적으로 정의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의미’라 함은 우리가 상대방과 주고받는 메시지이며, ‘의도적’이라 함은 말하는 사람이 메시지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행동을 가리킨다. 따라서 혼자 말하는 독백이나 순간적인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은 소통 행위라 할 수 없다.
  오늘날 자신이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자신을 들여다보면 자기와 의미를 공유하기 때문에 자신은 소통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내가 아닌 상대방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의미를 공유했느냐에 있다. 여기서 의미는 “~을 해 주세요”, “~을 부탁합니다” 등 행위를 요구하는 일시적인 메시지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보이지 않는 관념을 말한다. 즉 존경, 사랑, 관심, 슬픔, 즐거움 등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표현하는 말에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으므로 주의 깊고 섬세한 사고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은 결코 쉽지 않은 행위이다. 다음은 소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 사람은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지각하는 습성이 있다. 심리학자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통해 사람은 자신이 믿는 것과 행동이 다를 경우, 행동에 맞춰 자기 믿음을 바꿔 자신을 합리화 한다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이론이 설명하듯 우리는 마음속에 무언가 갈등하는 요소가 생길 때 이 불편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장점은 크게, 자신이 거절한 행동의 장점은 축소해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인지 부조화의 불편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은 잘 듣고 오래 기억하는 반면, 듣고 나서 기분이 나빠지거나 듣기 싫은 내용은 듣기를 회피하거나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고 할 때 소통은 상대방과 의미의 공유도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으로만 대화하려고 하는 편협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둘째, 자기 논리 중심의 메시지는 감동도 설득력도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하기 전에 무슨 내용을 가지고 대화할 지 생각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고민하다보면 그 내용이 자신이 생각하는 논리와 주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내 입장, 내 상황이 우선 커 보이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준비할 때 이미 자기 중심의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상대방은 이러한 나의 메시지를 들을 때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의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습관이 있다면 자칫 자기주장만 강조하는 외골수로 보여질 수 있다.

 셋째,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다름’의 잣대가 아닌 ‘틀림’의 잣대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기 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해온 습성 때문이다. 즉 자기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본능이 과도하다보면, 상대방이 나와 다른 입장을 표명할 때 상대는 ‘나와 다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보다 상대가 ‘틀렸다’고 여기게 된다. 상대가 ‘틀린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소통은 진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대가 말하는 내용도 모두 틀린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다.

넷째, 듣기보다는 자신이 말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겁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지루하고 흥미없는 일로 여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대화상대를 고를 때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고르면서 정작 자신은 듣기보다 이야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이야기하는데 걸린 시간은 짧게 여기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남들과 대화할 때 듣고 있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다면 자신은 듣기보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평소 자신의 소통 습관 중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면 우린 소통 장애를 앓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위의 사항들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자신의 소통 습관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면 아래의 사항들을 고려해서 소통 능력을 향상시켜보도록 한다. 


 
 

첫째, 대화하기 전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그 내용을 다듬어 본 다음에 말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하기 전 그 내용을 미리 마음 속으로 생각해본다. 어떻게 표현할지, 언제 말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상상해 보는데, 최근 스마트폰과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대중적 확산으로 대화의 간격이 매우 빨라졌다. 즉각적인 질문과 답신의 연속으로 생각할 틈이 없다. 빨리 빨리 물어보고 빨리 빨리 답해줘야 한다. 이러한 대화 습관에 익숙하다 보니 자신이 말할 때 여유를 갖고 그 내용을 생각해보는 일은 매우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대화습관이 계속되면 자신의 감정, 생각, 느낌 등을 다듬어서 말하는 표현 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글은 잘못 기록될 경우 고칠 수 있고, 이해가 안되면 여러번 읽을 수 있지만, 말은 한번 표현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즉각성과 일회성의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대화할 때 먼저 생각하고 내용을 다듬어 보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경청하는 습관을 갖는다. 경청傾聽은 상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말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들어보고, 피드백을 보이며 상대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경청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고 상대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때론 지적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무드에 보면 사람이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말하기 보다 듣기에 힘쓰라고 그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경청은 상대와 의미를 공유하고자 하는 소통의 출발점이며 상대를 배려하는 기본 예의이다. 이제부터는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셋째, 상대에 대한 선입견이나 평판 등 ‘내면의 색안경’을 끼고 대화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자기 중심적 논리나 사고는 소통의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간혹 주위의 평판이나 사전 경험을 토대로 상대를 ‘~~한 사람’, ‘~~하지 않는 사람’ 등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것을 “내면의 색안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는 이미 나의 인지 속에서 “내면의 색안경”에 맞추어져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색안경에 맞추어져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된다. 이런 경우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오히려 오해만 쌓이거나 아예 소통이 단절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최소한 상대와 어떤 의미를 진심으로 공유하고자 한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나 평판 등은 내려놓고 대화해야 한다.

넷째, 진심을 전할 땐 직접 만나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오늘날 바쁜 일상과 스마트폰의 편리한 기능의 향상으로 사람들은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간혹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할 때조차 직접 대화하기보다 긴문자(MMS)로 대신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공유되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말이나 글자만이 아니다. 사회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은 자신의 이름을 딴 ‘메라비언의 법칙’에서 우리가 대화할 때 시각적 요소(55%), 청각적 요소(38%), 언어(7%)의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즉 시선, 표정, 목소리,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들에 의해 형성된 ‘말하는 태도’가 ‘말하는 내용(언어)’보다 훨씬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심을 나눌 때, 혹은 어려운 사정을 전해야 할 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전화나 문자보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빛, 표정, 말투 등 말하는 태도에 신중을 기하게 되고 혹 그 표현이 서툴게 표현되더라도 상대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이미 말하는 태도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의해서 좌우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의사소통 능력이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소통 방식에 주의를 하거나 돌아보는 것을 어색하고 귀찮은 일로 여긴다. 소통은 나의 모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추어져 있는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상대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사고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기회에 타인에게 비추어지는 나의 소통방식이 어떤지 점검해보면 어떨까?


정애리_중앙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강사 및 언론학 박사. 필자는 중앙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기법> 강의를 해오면서 오늘날 젊은이들이 SNS를 통한 대화방식에 길들여진 탓에,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이나 공중 스피치public speech를 꺼려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의외로 많은 대학생들이 발표불안증을 갖고 있었고 언어적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하지만 부끄러움을 당할까봐 혼자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필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이론적으로 습득하기 보다 경험과 실전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조하면서 이 분야의 기고와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메일로 문의해도 좋다. arju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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