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둘 점검하게 되는 시기이다. 전진희 양은  지지난달 소원했던 ‘교환학생’이 되었다. 현재 한국 교민들을 위해 틈틈이 통역활동을 하는 등,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침을 거른 사람들은, 식사하며 설명을 들으세요~!”
대만 생활은 학기 첫 수업부터 내 고정관념을 무너트렸다.
곰실곰실, ‘향차이(음식에 쓰이는 향료)’ 냄새 가득하던 강의실….
2년 전 중국에서 보냈던 해외봉사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뱀, 비둘기, 원숭이, 호랑이로 만든 광둥요리….
나는 기상천외한 중국 문화 앞에서 기겁할 때가 많았다.
어려서부터 소심해서 수시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아왔지만,
중국 학생들과 가족처럼 살며
돌아올 때에는 친형제같이 허물없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해외봉사 정신으로 한 번 더 날아오른다.
능숙한 중국어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친해지고,
낯선 음식 문화도 담대하게 접한다.
일본에서 온 기숙사 룸메이트와도 영어로 대화하며
생전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했다.
해외봉사로 고립됐던 내 마음의 물꼬가 트인 것처럼,
한국과 대만에서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싶다!
나는  ‘희망을 전하는 통역사’로 다시 태어난다.


▲ 대만_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섬나라로 면적은 남한의 1/3 정도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당시 청나라였던 중국에서 독립했다. 1895년 일본 최초의 식민지가 되어 51년간 ‘문인 통치’ 체제하에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가 무척 우호적이다.
▲ 대만_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섬나라로 면적은 남한의 1/3 정도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당시 청나라였던 중국에서 독립했다. 1895년 일본 최초의 식민지가 되어 51년간 ‘문인 통치’ 체제하에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가 무척 우호적이다.

요즘 근황이 궁금해요.
“대만도 이제 무더위가 가시고 많이 선선해졌어요. 요즘 이곳은 한국의 봄날씨와 비슷해요.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워요. 대만은 한국과 달리 주변을 많이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학교에서도 여대생들이 외모를 그리 꾸미지 않고 수수한 차림으로 다니지요. 저는 수업시간 외에 교내 어학당을 다니며 중국어를 추가로 공부하고 있어요. 한가할 때에는 학교 친구들과 과제나 운동을 하고, 근교로 여행도 많이 다녀요.”  

졸업을 앞두고 교환학생에 가기까지는 부담이 많았을 텐데요.
“올 초에는 저도 취업 준비로 인해 마음이 무척 분주했어요. 이미 취업을 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그런지 마음이 더 다급했어요. 정신없이 직업을 탐색하다가, 자연스럽게 ‘내가 진정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어요. ‘귀천을 떠나 평생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2번이나 떨어졌던 교환학생을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 지금은 저의 선택에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했던 해외봉사활동이 대만 현지에서 어떤 도움이 됐나요?
“중국에서 현지 친구들과 가족처럼 함께 살았거든요. 속내도 가감 없이 많이 나누었어요. 덕분에 이곳에서도 ‘중국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요. 해외봉사를 가기 전엔 학과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 동기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대만에서는 낯선 문화에도 별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수업시간 교수님의 어려운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면, 친구들에게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등 도움을 많이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으세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 문학작품이나 영상물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수업을 좋아했어요. 요즘 알고 지내는 교민들이 한국어와 중국어 통역을 많이 부탁하세요. 지난달에는 구족화가 최웅렬 화백의 전시회에서도 동시통역을 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 가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뚜벅뚜벅 걷고 싶어요.” 
 
모델 | 전진희(단국대학교 중문과4학년, 현재 대만 담강대학교 유학중) 
사진 | 이규열(Light House Pictures 실장)  진행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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