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집수리 봉사 동아리 <트인>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집을 수리해주는 에너지 넘치는 대학생들이 있다. 인하대 집수리 봉사 동아리 트인T_IN(Together INHA)! 도배 전문가도 기피한다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이들은 매달 집수리할 또 다른 집을 찾아 나선다. 즐거움 가득한 얼굴로.      

▲ ▲ 왼쪽부터 차형일 (정치외교학과 3학년) 강혜지 (경영학과 3학년) 배형진 (전기공학과 2학년) 안도건 (기계공학과 2학년) 이들은 모두 트인 회원들이다.
▲ ▲ 왼쪽부터 차형일 (정치외교학과 3학년) 강혜지 (경영학과 3학년) 배형진 (전기공학과 2학년) 안도건 (기계공학과 2학년) 이들은 모두 트인 회원들이다.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우 등이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인하대 집수리 봉사 동아리 트인. 이들은 벽지 도배, 장판 교체뿐만 아니라, 전등 갈기, 스티로폼으로 단열하기 등을 하며 집을 새 단장 시킨다.
알고 보면, 형편이 어려워 20~30년 동안 도배를 하지 못한 집이 많다. 열 평 남짓한 집에 복잡하게 놓여있는 갖가지 짐, 무너지기 직전인 벽과 천장, 벽면 전체에 핀 곰팡이, 벽지를 뜯으면 나오는 벌레들. 돈을 준다고 해도 전문 도배사들 조차 일하기 싫어하는 악조건의 집을 찾아다니는 트인 회원들.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면서까지 고생을 마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수리도 하고 물품 지원도 하고
동아리 트인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모인 인하대 학생 6명이 해비타트(열악한 주거환경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운동단체) 소속 소모임으로 첫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해, 이 모임은 함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의미인 트인T_IN(Together INHA)이라는 이름을 붙여 동아리로 발전했다.
또한, 트인은 집고치기 사업, 물품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인 희망브리지의 산하 대학동아리 중 제 1호다. 매달 희망브리지로부터 재래시장 상품권 100만 원을 후원받고 있는데, 매달 스무 가구를 선정해서 한 가구 당 필요로 하는 물품 5만 원치를 상품권으로 구입해서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을 찾아 매달 물품 지원도 하고 외로움도 달래드리는 지속돌봄 봉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집수리가 필요한 집이나, 지속돌봄 봉사를 통해 물품을 지원받을 가정은 희망브리지와 업무협약이 체결되어 있는 인천 동구청·남구청에서 지정해준다. 그렇게 소개받은 집들을 트인 회원들이 직접 찾아가 상태를 확인한 후, 그 중에서도 가장 집수리가 시급한 집을 선정하고, 8~10명이 한 조가 되어 하루 동안 봉사한다.

 
 
힘들어도 봉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여름에는 매우 덥고 습하고 겨울에는 추워요. 특히 여름에는 거의 찜질방에 있는 수준이죠. 도배지에 바른 풀이 마르면 안 되기 때문에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를 켤 수 없어요. 풀 자체가 진득하니까 도배를 하면서 습기가 올라오는데 환기는 안 되고, 불쾌지수만 높아져요. 그래도 남을 돕고자 시작한 일이기에, 힘이 들다가도 지저분했던 집이 깨끗해질 것을 생각하면 즐거워져요.”
트인 회원들이 찾는 집들은 모두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집들이기 때문에 하나같이 수리하기에 악조건이 많다. 하지만, 트인 회원들은 비록 힘이 들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도울 수밖에 없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매달 찾아가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왜냐면 집수리 봉사를 하고 돌아올 때면 계속 여운이 남아요. 제게 도움 받았던 분들이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저부터 먼저 떠올리시고, 제가 그분들을 생각하는 것보다 저를 더 많이 생각해주세요. 그래서 다음 달에도 꼭 다시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기다리시는 걸 아니까요. 지물포 사장님들은 젊은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앞으로 풀은 공짜로 가져가라고 하셨죠. 좋은 일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요.” 

내면을 성장시켜주는 나눔 활동
트인 회장 기계공학과 4학년 김기범 씨는 현재 남을 위해 하는 활동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꼭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집에서는 꼼짝도 안 했던 제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좋은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가족과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제가 봉사하러 간 집 주인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돈도 벌고 싶고, 의지와 열정도 있는데, 사고로 몸을 다치거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계셨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제 인생에도 언제,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없는 형편이지만, 음료수도 주시고, 밥 한 번 더 대접해주려고 하며 베푸시는 그분들에게 배우기도 해요.”
중국교환학생 기계공학과 2학년 지천강 씨는 유학기간 2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트인 활동을 해왔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고마워하시는 것이 자신에게 큰 기쁨이었던 것일까. 원래 평소에 말이 없는 성격인데다 낯선 나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얼굴이 굳어있던 그는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말수와 웃음이 많아졌고 성격이 밝아졌다.

▲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협동하여 낡고 퀴퀴한 집들을 보수하는 데 여념없다.
▲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협동하여 낡고 퀴퀴한 집들을 보수하는 데 여념없다.

이렇게 트인 회원들이 일부러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 고생하며 봉사활동을 한다. 본인의 내면이 성장되어 가며,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 달에 한번 집수리 봉사와 지속돌봄 봉사’라는 원래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의 그 이상을 하고 있다.
졸업해도 집수리 봉사는 계속 된다!
“자신의 집을 수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계시기에, 한 아주머니께서는 눈물을 글썽이시며 저희들에게 고맙다고 하시고 한 명씩 손을 꼭 잡아 주셨어요. 그럴 때면 우리가 봉사하길 정말 잘했다는 걸 느껴요. 도움이 필요하신 또 다른 분들을 찾게 되죠.” 
이제 이들에게 봉사활동은 뗄 래야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 됐으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트인 졸업생들은 취업을 한 후에도 ‘빌드 업’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집수리 활동에 참여하며, 개인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
앞으로는 집수리뿐만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가구도 교체해주기 위해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법을 직접 배우려고 한단다. 아무리 우리나라 사회가 냉랭해졌다고 하지만, 서로 돕고 도움 받으며 훈훈함을 안겨주는 그들에게서 이 세상에 아직 남아있는 온기를 느낀다. 


일러스트 | 김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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