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마인드 다져놓는’ 숭기 씨

10월이다. 우수수 떨어진 캠퍼스의 낙엽 앞에서 많은 이들이 취업 준비로 인해  마음이 울적해지기 쉽다. 이번 달 본지의 표지 주인공은 취업 준비생인 김숭기 씨. 재작년 대학을 졸업하고 아프리카 말라위로 일 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해외봉사를 통해 올바른 마음가짐 하나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격조건들을 능히 넘어선다는 걸 깨달았기에, 그는 요즘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말라위에서의 추억을 깊이 되새기고 있다.


 
 


“한국 사회가 각박해졌잖아요. 인간관계도 많이 단절된 것 같아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을 잘 쓰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말라위가 더욱 그리워져요.”
그는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아 사람들과 어울리길 무척 좋아한다. 학창시절에도 점심시간에는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반 친구들과 우르르 운동장으로 나가 축구를 즐겼을 정도였다. 대학 입학 후에는 고등학교 때보다 다소 개인적인 캠퍼스 안에서의 인간관계에 더욱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다. 무료함에 마음이 굳어있던 중, 해외봉사로 떠났던 말라위. ‘신선한 자극’을 찾아 떠난 아프리카의 작은 국가에서 그는 ‘고향의 정’을 느끼게 됐다. 실제 말라위의 분위기는 길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지라도 스스럼없이 웃고 인사를 나눌 정도로 격식 없이 자유롭고 친근한 편이다.  

“한 번은 제가 감기몸살로 앓아서 센터에 혼자 남아 있었어요. 가까이 지내던 친구인 모세스가 찾아왔지요. 그날 모세스는 약을 지어오고 온종일 저를 간호해주었어요.”
그는 모세스와 무전여행도 동행했다. 수도인 릴롱궤에서 히치 하이킹을 해서 외곽 도시인 살리마까지 다다랐다. 뙤약볕 아래서 종일 걸어 다니며 속내를 숨김없이 털어놓고 나눌 수 있었다. 날이 저물 땐 눈에 띄는 아무 집이나 문을 두드려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했다. 침대 생활이 오래전부터 정착된 말라위임에도, 그날 만난 가족은 그와 모세스에게 자신의 침대를 양보하고 거실 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에도 풍성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길을 떠날 때에는 대문 앞까지 나와 그들을 배웅해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부족함 없이 살면서도 공허해했는데, 이곳 사람들은 가난 속에서도 마음만은 부자이구나!”

그는 따듯한 말라위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져 때때로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느낀 감동은 그 또한 말라위 사람들을 위하도록 해주었다. 현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용어는 영어였지만,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라위 사람들을 위해 토속어인 치체와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외국어를 두 가지나 공부하느라 힘들었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토속어를 듣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볼 때 행복했다. 1년 내내 영어와 치체와어를 함께 사용하며 현지인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주고받았다. 함께 생활하는 굿뉴스코 단원들과도 깊은 교류를하며 우정을 다졌다.


 
 

굿뉴스코 홍보, 아프리카 캠프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그에게는 해외봉사 정신이 심어졌다. 주어진 과제만 묵묵히 해내던 원래 성격과는 달리,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하며 행사를 체계적으로 기획하게 된 것! 한글 아카데미와 댄스 아카데미, 학교와 양로원 방문 등, 행사를 치룰 때 작은 율동과 그에 쓰일 소품까지 세부적으로 고민하고 꼼꼼히 챙겼다.  

“처음에는 스펙쌓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해외봉사를 갔어요.  하지만 말라위에 있는 동안, 저는 그곳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돌아와서 잠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늘 손님의 입장을 헤아리며 섬겼지요. 사장님도 제 그런 모습에서 대단히 기뻐해주시더라고요.” 
 
직장생활이나 성공에 대해 조언하는 자기 계발서가 각종 서점에서 범람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든 환영을 받기 마련이다. 자신을 뒤로하고 타인을 위하는 그의 신념은 사회생활 속에서도 그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숭기 씨는 마지막으로 “취업해서도, 해외봉사 정신으로 업무에 임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말라위_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내륙 국가. 정식 명칭은 말라위 공화국 Republic of Malawi으로서 1892년부터 1964년까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서 농업을 중심산업으로 삼고 있다.

사진 | 이규열(Light House Pictures 실장)    헤어&메이크업 | 윤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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