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사람들의 첫인상



 
 
불교와 힌두교가 생겨난 나라 네팔. 네팔 사람들의 이름과 성에는 자신의 종족과 카스트와 정해진 직업이 따라붙는다. 종족간, 카스트간의 깊은 골은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게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네팔 사람들은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을 유별나게 챙기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무리에서 떨어지면 갈 곳이 없어지기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떨어지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결코 자기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대로 사람들을 대하지 않는다.


한국에 노동자로 다녀온 네팔 사람들이 한국인의 인상 깊은 부분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거의 동일하다. 한국 사람들은 싸우고 돌아서서 친해지고, 진짜 친구는 세 번 싸운 친구라는 말이 너무 놀랍고 좋다고 한다. 네팔에서는 한 번 싸우면 대부분 영원히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싫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나빠도 말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어떻냐고 의견을 물어보면 백이면 백 “틱 처(괜찮아요)” 아니면 “라므로 처(좋아요)”라고 한다. 그 외에 다른 표현은 쓸 줄을 모른다. 그러니 물을 필요가 없다.
한번은 한 네팔 친구가 정부에서 대접하는 식사를 하고 왔다고 했다. 왕정이 끝나고 공산 반군들이 정당을 만들어 정치 일선으로 나오면서, 정부에서 그 동안 내전으로 죽은 정부군과 반군 가족들을 위로하고 화해시키기 위해 한 자리에 모아 식사를 대접한 것이라고 했다. 내 가족을 죽인 사람들의 가족과 한 자리에 모여 어떻게 웃으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음에 있는 일들을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 모든 것을 묻어두고 체념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정말 가련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이 그런지조차도 모르고 살아가니…!

 
 

처음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싶어도 화나는 일들뿐이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에 의해 비춰진 더 악한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네팔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 나누다 보면 얼마나 행복한 일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 이런 부분들을 두고 싸우기도 했다.
이러면서 우리가 말하는 것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궁금한것들을 물어보러 직접 찾아와 물어보기도 했다.마음의 표현을 잘 안하는 네팔 사람들이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와 물어봐 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현재 세계 유일의 힌두 왕국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네팔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스스로 힌두 왕국이라는 명칭을 버리기로 했다. 내전 문제 또한 해결되어 지금은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놀라운 일 위에 이 나라의 가련한 사람들에게 내가 겪었던 절망속에서 어떻게 행복하고 기쁜 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지 전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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