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리더를 키우는 오발 코리아OVAL KOREA

한국, 중국, 일본 대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살아온 배경과 문화가 다르지만, 동아시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국제경영전략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해간다.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발전을 기여하는 데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이들은 글로벌 시각을 가진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다.

▲ 왼쪽부터 오채령 (고려대 경영학과2) 장서영 (중앙대 신문방송학과3) 이광현 (한국항공대 항공교통학과3)심건우 (고려대 경영학과2)
▲ 왼쪽부터 오채령 (고려대 경영학과2) 장서영 (중앙대 신문방송학과3) 이광현 (한국항공대 항공교통학과3)심건우 (고려대 경영학과2)

한중일 학생들의 만남의 장을 통해 동아시아 리더들을 키우는 대학생 단체 오발OVAL(Our Vision for Asian Leadership)은 OVAL KOREA, OVAL CHINA, OVAL JAPAN으로 조직되어 크게 국제경영전략대회IBC(International Business Contest)와 문화교류 프로그램SEP(Staff Exchange Program)을 주최하고 있다.
오발은 일본의 학생 싱크탱크 WAAV(We Are Another Vector)의 활동으로 출발했다. WAAV는 일본에 있는 세계 각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경진대회를 개최했는데, 그 중 한중일 세 나라만 따로 지부를 출범한 것이 오발의 시작이다. 2년간 준비한 끝에 2005년 첫 대회를 개최했고, 지금까지 11년간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각 나라별로 대회 기획과 참가자 선발, 관리를 맡은 스태프와 문화교류, 경영실무를 체험하는 참가자로 이룬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오발이 외교부나 기업, 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의 대학생들이 앞으로 동아시아 발전을 이끌어나갈 주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소통과 협력을 배우는 장, 국제경영전략대회IBC
매년 오발 지부가 있는 서울, 베이징, 도쿄에서 번갈아가며 열리는 국제경영전략대회IBC는 9박 10일간 한중일 간에 발전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경쟁하는 대회다. 세 나라에서 30명씩 참여하는데, 각국 참가자 1명씩 3인이 한 팀, 총 30팀으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대회기간 동안 주로 비즈니스 플랜을 짜는 회의를 한다. 개회식에서 팀별로 만나 주제발표를 하고, 이후 그 나라에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시장 조사를 하여 사업 계획서를 쓴다. 계획서가 완성되면 시장성, 현실성, 창의성 등을 점검받아 제출하고, 예선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다섯 팀이 본선에 오른다. 이 팀들이 최종발표하여 수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대회기간에는 총 세 번의 파티도 열린다. 자기 나라 특징에 맞게 콘셉트를 잡아 함께 준비하는데, 이번 IBC에서는 오발 코리아가 웰컴파티를 준비했다. 가면무도회를 테마로 세 나라 참가자들이 인사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마지막 날에는 그 나라의 명소를 관광한 후에 동아시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며 리더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토의하는 포스트 오발로 대회를 마무리한다.
올해 서울에서 열린 IBC의 주제는 ‘헬스 비즈니스’이다. 헬스 비즈니스와 관련된 기업인들을 초청하여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기업측에서 원한다면 참가자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야카타부네를 타고 야경을 둘러보았다. 다도, 종이접기, 종 만들기 등의 일본문화 체험도 했다.
▲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야카타부네를 타고 야경을 둘러보았다. 다도, 종이접기, 종 만들기 등의 일본문화 체험도 했다.

다른 사람과의 화합이 중시되는 오발 회원들
오발 코리아는 대학생들이 모든 운영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6개월마다 새 기수가 선발되는데, 그렇게 선발된 세 기수가 함께 오발 코리아를 운영한다. 인사를 담당하는 HR(Human Resources), 홍보를 담당하는 PR(Public Relations), 행사기획을 담당하는 Program, 학술연구를 담당하는 Case, 각종 디자인을 제작하는 Design 등 5개 부서로 나뉘어 활동한다.
스태프는 능력보다는 인성이 좋은 학생이 선발된다. 1년 반 동안 스태프들이 함께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잘 협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시된다. 면접은 3명이 그룹면접을 하는데, 주어진 사고력 문제를 가지고 토의를 하게 된다. 이 때 자신의 의견만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적절히 조율하면서 토의하는지 심사한다.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한중일이 서로 교류하면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가자는 2차례 면접에 걸쳐 선발된다. 1차 면접에서는 영어를, 2차에서는 인성과 비즈니스 지식, 사고력 면접을 본다.
비즈니스 회의 내용은 단순히 계획한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반영되길 바라기 때문에, 오발 코리아는 참가자들의 현실 감각이나 사업 구성력을 키워주려고 한다. 그래서 대회가 열리기 전, 참가자들은 비즈니스 교육을 받고, 연사를 초청하여 사업 계획의 중요성이나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 연구소 소장을 초청하여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역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 신문> 주필로부터 ‘아버지 세대에서는 어려우나 청년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한일관계를 새로 쓸 수 있다’는 강의도 들었다.

어려움을 감수하며 커가는 동아시아 리더들
한중일 회원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인 영어로 회의를 하다보면,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100% 완벽히 전달되기란 어렵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 시간이 길어져 한 안건당 몇 시간씩 토의를 하기도 한다. 밤에는 한국 스태프들만 따로 모여서 한중일 회원들이 회의한 내용을 다시 공유하고 다음날 어떻게 다시 회의를 진행할 것인지 상의한다. 그러다보면 대회 기간에는 새벽 1~2시가 되어야 잠을 자기 일쑤고, 때로는 밤을 새기도 한다. 그래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고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PR팀의 경우 후원물품을 섭외하기 위해 기업에 전화하고 설명하는 일이 잦았는데, 100개 기업에 연락을 돌리면 한 곳 연락이 될까 말까해 눈물을 흘린 남학생도 있다고. 고려대 경영학과 2학년 오채령 씨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오발 활동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되새겨 본다고 한다.
“후원도 많이 받고 일도 쉽게 풀리면 좋겠지만, 넓은 시각으로 보면 오발이라는 단체가 어렵더라도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해서 동아시아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디딤돌이 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거예요.”
돌파구가 없을 것 같아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다보면 보람도 느끼게 되고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다보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지난 경험들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이겨내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릴 IBC를 준비하는 회의에서도 갈등이 있었지만 이내 타협할 수 있었다. 오발 코리아 회원들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과 와이파이 정도 준비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다른 나라 회원들은 한국 측에서 더 많은 품목을 준비하기를 바랐다. 그 때 오발 코리아 회원들은 개최국에서만 부담을 지는 것보다는 준비품목을 분담하면 다음 대회에서도 모두에게 수월해질 것이라고 어필하여 협상했다.
자연스레 자신이나 자기 나라의 이익을 앞세우기도 하지만, 오발 전체의 균형을 위해 서로 자신의 의견을 양보하여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끈끈한 국제적 절친
“현재 동아시아를 이끄는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은 역사적으로 좋지 못한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서로 완전히 친구처럼 다가가지 못해요. 저희는 청소년 때부터 서로 친구가 되었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동아시아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적대감을 가지기보다는 화합해서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오발 회원들은 대회를 마치고 각자 자기 나라에 돌아간 후에도 계속 연락한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스카이프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락이 쉽고 편하다. 부서가 함께 협의해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세 나라 회원들은 부서별로 정기적으로 모인다. 그래서 대회 때 다시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방학 때 오발 회원이 자기 나라에 관광이라도 오면 가이드도 해 줄 정도다.
학창 시절 형성된 이들의 친분은 실제 취업 후 사회인이 된 뒤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오발 코리아 출신의 어느 선배는 자기네 회사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려고 했는데, 오발 활동을 하며 친해진 일본인 친구가 “그 제품에 대한 우리나라 정책이 바뀔 것 같다”는 언질을 준 덕분에 회사가 손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발 활동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배우며 우정을 쌓는다는 점이다. 그것이야말로 참가자들이 대회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나와 다른 것도 배움으로
살아온 환경과 문화에 따라 세 나라 회원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다 다르다. 일본 회원들은 배려를 많이 한다. 어느 안건에 대해서 절대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약속 시간도 칼같이 지킨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세팅해 놓는다. 중국 회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외국 회원들과 함께 활동하는 동안 서로에게 배우는 점이 많단다.
문화적 차이를 몸소 겪으며 서로 다르다는 걸 느꼈고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진심으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오발 회원들. 자신과 다른 점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이해하고 또 배움으로써 실제 사회인이 되었을 때 가정과, 회사와, 국가와, 나아가 동아시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글과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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