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코 12기 인도 임영광

스물아홉, 1년을 해외에서 보내다 오기엔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20대의 마지막 해를 뜻깊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임영광 씨. ‘인도에서의 1년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의 마인드 힐링 스토리를 듣고 우리도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보자.

 
 
더럽고 냄새나고 고생만 하다 온 나라에 다시 가고 싶다니?
임영광 씨가 처음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2살 아래인 동생을 통해서였다. 아들만 셋인 집안에서 늘 아웅다웅 티격태격 다투며 자랐기에 개구장이로만 생각했던 동생. 하지만 아프리카로 1년간 해외봉사를 떠난 동생은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말투나 행동이 어른스러워졌고, 무엇보다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봉사활동 틈틈이 배운 영어실력도 유창했다.
‘마냥 철없고 어린 녀석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바뀌어 온 거야?’
문득 굿뉴스코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지원서를 썼다. 굿뉴스코를 통해 갈 수 있는 나라는 80여 개국이나 되지만, 하지만 딱히 가고 싶은 나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파견국은 중요치 않다. 1년 동안 봉사를 하고 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것이 영광 씨의 생각이었다. 봉사자에게 필요한 마인드를 배우는 워크숍 기간, 인도에 다녀온 선배 단원의 체험담을 듣던 중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즐겁고 재미있었던 일보다는 힘들고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날씨도 덥고, 더럽고 냄새 나고, 한국인 입에는 잘 맞지 않는 인도식 카레를 매일같이 먹어야 하고…. 신기한 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작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 거예요. ‘나는 지금껏 편하게만 살아왔고 삶 속에서 한 번도 감사를 느끼지 못했는데, 인도에서 지내면서 그런 내가 변했고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인도에 다시 가고 싶고, 살고 싶다고까지 했으니까요.”
마침 전부터 관심도 있었고 인도 영화도 많이 봤던 만큼 ‘언제 한 번 가 봐야지’ 생각하던 나라가 인도였다. 2013년 2월 18일, 그는 인도 나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좌) 나갈랜드 월드캠프에 온 아이들과 함께 (우) 인도 기차여행 중 만난 인도인 가족. 한국에도 관심히 많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 (좌) 나갈랜드 월드캠프에 온 아이들과 함께 (우) 인도 기차여행 중 만난 인도인 가족. 한국에도 관심히 많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리얼 인도’가 준 가르침
나갈랜드는 인구 약 200만 명의 인도에서 가장 작은 주이지만, 중국·미얀마·방글라데시와의 국경지대에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사실 인도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인도 생활이 힘들 거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어요. ‘힘든 군대도 다녀왔는데 이까짓 타지생활 1년 못 참겠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의 기대는 첫날부터 깨지고 말았다. 실제 인도는 영화 속에서 보던 인도와는 너무도 달랐다. 인도에 처음 간 사람이 누구나 그렇듯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역시 화장실. 인도는 밥을 먹을 때는 물론 화장실에서 볼일 후 뒷처리를 할 때도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변기에 물통 하나만 달랑 놓여 있다. ‘아, 이건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물론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충분히 각오한 일이었지만, 실제로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의 당혹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도의 도로는 대도시를 제외하면 거의가 비포장도로다. 그나마 포장도로도 차선조차 없는 곳이 많았다. 그 위로는 자동차는 물론 사람과 인력거, 심지어 소나 개 등 가축들이 지나다녔다. 그야말로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나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여기가 진짜 인도구나!’
하지만 열악한 도로 사정은 약과였다. 인도는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다. 멋지고 잘 꾸며진 도시가 있는 반면, 정말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판잣집들도 많았다. 쓰레기는 웬만하면 길거리에 버리기 때문에 거리인지 쓰레기장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물론 냄새는 지독했고 먼지가 풀풀 날렸다. 물과 전기도 툭하면 끊겨 ‘내가 과연 여기서 일 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었단다.
“그런데 저와 달리 인도 사람들은 그렇게 험한 삶을 살면서도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너무도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이었죠. ‘가진 것이 없는데도 저렇게 행복해하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도 사람들은 욕심이 없더군요.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사니 불행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영광 씨도 그런 인도 사람들을 차츰 닮기 시작했다. 전에는 물과 전기가 끊길 때마다 불평하던 마음이 ‘아, 이만큼이라도 물과 전기가 나오니 다행이다’ 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물과 전기가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던 한국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불행의 원인은 마음의 기준을 높은 데 두고 사는 거였어요. 인도 사람들에 비하면 전 충분히 많은 것을 갖고 있는데 말이죠.
어디 특별히 아픈 곳 없이 몸 하나 건강한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할 조건이 되니까요. 행복은 좋은 집이나 많은 돈이 아닌 마음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봉사하러 간 인도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얻어올 수 있었어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얻었지요.”

 
 
한국과 비슷한 나갈랜드의 맛, 그리고 마음으로 느낀 사람의 맛
나갈랜드 사람들의 생김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인도 사람들과 다르게 독특하다. 같은 몽골리안 계통인 한국인과 더 많이 닮아, 길을 가다 보면 ‘어, 저 사람 한국인 아냐?’ 하고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닮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소개되어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한국과 비슷한 음식도 많아 김치와 비슷한 ‘짜투니’라는 음식도 있고, 된장과 비슷한 ‘아쿠니’라는 발효음식도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지독하게 매운 ‘야자칠리’라는 고추도 있으며, 심지어 개고기까지 먹을 정도란다. 하지만 음식 못지않게 그윽하고 잊지 못할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 맛이다.
특히 현지인 친구 ‘이코’와의 추억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이코는 친해지려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 하고, 다가갈수록 오히려 더 멀리 도망치는 그런 친구였다. ‘무엇이 저 아이가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게 한 걸까?’ 궁금했지만 다가갈 길이 없어 포기하려던 차에 이코가 농구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날이 더워도 심지어 비가 와도 농구를 하던 이코. 마침 영광 씨는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구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둘은 쉽게 가까워졌고,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던 가슴 아픈 사연도 나눌 수 있었다.

“이코네 부모님은 마피아에게 습격을 당해 돌아가셨어요. 그 뒤로는 방안에 틀어박혀 학교도 다니지 않고 게임만 하며 지냈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코도 저희 굿뉴스코 단원들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고, 항상 어둡기만 하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인도는 12억 인구의 절반이 25세 미만인,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다. 하지만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인해 그 장래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10대에 임신을 하는 경우도 많고, 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술과 담배를 하거나 심지어 마약을 하는 청소년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런 인도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마인드를 함양시키고 주변의 유해환경을 정비할 청소년 센터를 세우는 것이 영광 씨의 꿈이란다. 그 꿈을 향한 도전은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동생과 함께 착한팩토리www.chakanfactory.com라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요. 뷰티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상으로 판매하는 일인데, 이번에 기회가 생겨 중국으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입니다.”
물론 수익금의 일부는 아프리카 등 어려운 나라를 위해 쓸 기부금으로 차곡차곡 모으고 있단다. 소박하고 순수한 그의 꿈 이야기를 들으니, 절로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인도에서 마음의 눈높이를 낮추는 법을 터득한 그는, 이미 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부자였다.

모델 | 임영광(서경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사진 | 이규열(Light House Pictures 실장)  
헤어&메이크업 | 차경희   의상협찬 | ANDEW & T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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