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목사님, 여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예요. 이번에 미국 댈러스에서 이곳 라이베리아에 해외봉사단원으로 온 최요한이라는 학생이 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지난밤에 자다가 전갈에 쏘였어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의사는 두세 시간밖에 더 살 수가 없대요.”우리가 시작한 ‘굿뉴스코’라는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휴학하고 1년 동안 외국에 가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많은 대학생들이 굿뉴스코 단원이 되어 해외로 나간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으로 가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아프리카나 동남
오래 다녀서 익숙한 길이 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서 별 의심 없이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익숙해졌을 것이다. 차를 타든 자전거를 타든 두 발로 걸어가든, 익숙한 길을 갈 때에는 편안하다. 보지 않고도 저 모퉁이를 돌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떤 지점에서 길이 고르지 않은지 다 알기 때문이다. 낯선 길을 갈 때에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무슨 상황이 펼쳐질지 몰라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갑자기 생길 때를 대비해 평소보다 신경을 더 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낯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일 때엔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다가, 얼마 전부터 시내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버스정류장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달라져 있었고, 늘 다니던 길도 눈높이가 높은 버스에서 바라보니 승용차에서 볼 수 없었던 도시 풍경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속에는 도심을 안전하고 경쾌하게 해주는 디자인들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Public Design길을 걷다보면 예전과 달라진 시설물들이 보인다. 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첨단 서비스가 더해진 정류장, 인도에 가지런히 놓인 푸른 식물들, 허름했던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교육지원청의 후원을 받아 부모교육 특강을 실시했다. 강의가 주말 황금시간대라서 참석 인원이 얼마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주최 측을 놀라게 만들었다. 다른 일정을 뒤로하고,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모교육을 듣겠다고 모인 것은 다름 아닌 ‘자녀’라는 중요 관심사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두 사람조차도 마음을 합치기가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자녀 문제에 있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고, 뭐라도 배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평가할 때 우리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보통 고향이 어디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를 물으며 나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학연이나 지연은 학교 또한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가 받는 요소이다. 이외에 더 깊이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평소 어떤 취미 생활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관심 분야는 어떤 것인지 등을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자신만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
‘새해 목표’, ‘신년 습관’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글쓰기’가 많이 나온다.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누구나 힘겨워하면서도, 글을 쓰려 하고 그 글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한다. 모니터의 빈 A4용지를 바라보면 막막하고 두려우면서도 말이다. 글을 좀 쉽게 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이렇게 쓰라! 저렇게 쓰라!” 숱한 조언과 충고가 난무하지만, 의지할 묘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고수들은 많이 써보라고 한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글을 갈고 다듬어야만 제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게 전부
그리스 아테네 국제공항,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벤구리온 공항으로 출발하는 연결편 비행기는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시간에 아테네 공항 카운터를 끝에서 끝까지 캐리어를 밀고 당기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왕복 두 차례를. 이유인즉, 튀르키예(터키)에서 이스라엘로 가야 하는데 저가 항공권이어선지 아테네를 1시간 30분 동안 경유하게 되었고, 아테네 공항에서 다시 연결편 항공권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생고생 중이었다. 내가 타야 할 비행기 게이트가 곧 닫힌다는 문자는 날아오는데, 항공권을 아
“얘들아, 이것 표범 새끼잖아.”“예, 추장님. 이 표범은 우리 아버지가 정글에서 잡아왔어요. 어미는 우리 아버지 활에 죽었어요.”“안 돼. 이 표범이 지금은 순한 새끼지만 조금만 지나면 금방 큰 표범이 돼. 그러면 사람을 죽여. 그러니까 지금 죽여야 돼.”“아니에요, 추장님! 이 표범 새끼는 다른 표범이랑 달라요. 고기를 먹고 자란 표범은 포악해지지만 이 표범은 죽만 먹여서 아주 순해요. 꼭 양 같아요. 추장님, 제발 죽이지 마세요!”“아니야. 지금은 순하지만 자라면 틀림없이 다른 짐승을 잡아먹고 피맛을 볼 거야. 그러면 무서운
‘메시지’는 내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메시지에 담긴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전달했느냐이다. 이에 따라 같은 메시지라도 반응과 효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우편집배원이나 택배기사가 전달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므로 여기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무슨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가?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에 검증된 사실들이다.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검증된 사실, 또는규정화된 내용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로 통계적 자료
아껴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전기나 수돗물을 아껴 써야 하고, 돈도 아껴 써야 하고, 시간도 아껴 써야 한다. 한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고갈되고 있다- 더 생산이 안되는 것들은 정말 아껴 써야 한다. 우리가 아껴 써야 할 것들 중의 하나가 시간일 것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이 조금은 차이가 있고 때로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삶을 일찍 마치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삶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고대유적과 현대문명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 어디에서 테러용 폭탄이 터질지 모를 긴장감이 돌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행객들에게는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나라, 오랫동안 성경을 읽고 들어서 익숙한 듯해도 실제로 가 보면 낯설기만 한 나라. ‘이스라엘’이라고 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특히 나 같은 기독교인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최근에 한‧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스라엘에서 열려 여행 삼아 다녀올 수 있었다. 떠나기 전, 투어 스케줄을 보면서 성경 속의 사적지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세계 1위였다. 나머지 5%는 전화 통화에 주로 사용하는 피처폰 사용자들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를 대표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의 사용자 비율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에 속하는데, 이것은 어린아이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내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은 코로나19였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비대면으로 바꿔놓았고 수업이나 업무가 사
벌써 1년 전의 일이 되었다. 두 해 만에 나와 아버지의 ‘부자 상봉’이 이루어졌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선교하는 나와 한국에서 목회를 하시는 아버지. 우리는 먼 거리를 날아와,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기독교 세미나에서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행사 첫날엔 참가자도 많고 일정도 빠듯했던 터라 먼발치에서 아버지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마다 유독 아버지가 메고 다니시는 가방이 커 보였다. 둘째 날 오후 즈음, 잠깐 쉬는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겨우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아버지, 무겁게 뭘 이렇게 갖고 다니시는 거예요
지난 3월호부터 투머로우에 매달 글을 쓰고 있다. 고민 없이 편안하게 쓸 때가 있는가 하면, 내 속의 바닥까지 긁고 쓸어 담아야 겨우 쓸 때도 있었다. 교정을 봐 주는 우리 직원이 초고草稿를 읽고 활짝 웃으면 ‘통과’되지만, 말이 없거나 필요 이상으로 말이 길 때면 내용이 마음에 안든다는 뜻이어서, 나는 썼던 글을 버리고 다시 첫 문장부터 써 내려간다. 첫 관문을 지났다고 끝이 아니다. 다음에는 투머로우 편집팀이라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7월호 글을 준비할 때였다. 우크라이나 대학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약 성경 사도행전에 ‘아나니아’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 ‘삽비라’라는 여자가 나옵니다. 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3일 만에 살아나셔서 승천하신 직후였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을 판 가룟 유다를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이 모두 모여서 예수님의 부활을 외쳐 복음 전도가 힘있게 일어날 때였습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예수님의 제자들은 여러 어려움 가운데에도 자신의 재산을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초대교회*에는 가난하거나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밭이나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그것
우리가 가진 습관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져 생겨난 게 아니다. 어떤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응대하다보니 만들어진 것들 대부분이다. 그래서 무의식 속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하고, 경험이 축적된 뇌에서 먼저 인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긴장 상황이라고 해서 동일한 행동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습관이나 태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의 이유를 살펴보면, 살아오면서 겪은 일 중 사소한 이유부터 큼직한 일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
익히 들어온 이스라엘 성지순례. 예수님의 생애를 곳곳에서 돌아볼 수 있고, 오랜 세월 침략과 쟁탈로 점철된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는 유대인의 나라.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그곳을 다녀왔다. 직접 가서 본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낙후된 부분들이 많았다.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정돈되지 않은 거리의 모습이, 이곳 이스라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사막과 험준한 골짜기로 이뤄진 척박한 땅이면서도, 호수와 바다도 있어 오아시스 같은 낙원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막화로 빛바랜 식물들, 오직 돌로만 쌓아 만든 연
예전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학습법이 있다.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가 쓴 라는 책에 나온 ‘느림보 학습법’이다. 당시 혁신적인 육아 관점을 보여준 이 책은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해주었다.나도 그런 면에서 저자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학부모님들과 상담할 때 이 책의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평소에 ‘우리 아이가 뒤처지고 있지않을까?’ 근심했던 부모님
두 해 전, 내 나이 48살이 되었을 때 앞으로의 24년을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뒤로는 잘 하지 않지만, 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8킬로 정도를 뛰었는데, 워낙 달리는 속도가 느리니까 뛰는 동안에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나에게 24는 의미 있는 숫자다. 태어나서 24살까지,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48살까지 내 삶은 둘로 선명하게 나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 삶도 편의상 24년으로 잡아보았다.태어나 24살이 되기까지 나는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무엇이라도 잘 해 보고 싶은 욕심이
내가 수원교도소에서 성경 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밤이 아주 깊어 12시 가까이 되었는데 전화가 왔다.“여보세요?”“목사님, 저 65번 김경자예요.”“아, 자매님. 지금 어디서 전화하는 거예요?”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한 부인이 밤 12시가 되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그 시간에 전화를 할 수는 없기에 지금 어디냐고 물었다.“저, 청량리역 앞에 있어요.”그 부인이 수감되어 있던 교도소에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한번은 내가 여자 교도소에 가서 재소자들에게 마음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때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