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저는 7살부터 미얀마에 살았어요. 우리나라 말도 서툴게 하던 때라, 미얀마 말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요. 이듬해에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미얀마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전혀 따라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미얀마 친구들이 제 가방에서 수업에 맞는 책을 꺼내주고, 어디를 공부하는지 책을 펴주었어요.수업 시간 내내 저를 살뜰히 살펴주고, 수업이 끝나면 숙제를 시켰지요. “이렇게 적어라.” “저렇게 말해라.” 등등 눈높이 수업을 해주었어요. 우리 부모님은 그 친구들이 고마워서 집에 자주 초대해 음식을 해주셨는데, 친구들이 올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을 알게 됐고, 필리핀으로 봉사를 다녀왔다. 1년 동안 필리핀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처음 배운 ‘마음의 세계’는 신선했다. 지금은 내가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는 굿뉴스코 미얀마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미얀마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토바이를 갓 배워 운전이 많이 서툴고 날까지 저물어가고 있어서 겁이 덜컥 났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속도를 내서 부지런히 가는데, 신호가 바뀐 것을 보지 못해 앞차와 부딪히고 말았다. 미얀마 말
“센 베노. 센 베노.”‘이게 무슨 말이지?’“센 베노”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센베이 과자가 생각났다. ‘센 베노’라는 말은 “안녕하세요?”라는 몽골 인사다.2019년 5월, 나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남편 직장을 따라 몽골에 왔다. 몽골에 와서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르촌, 그곳에는 수도가 들어오지 않기에 20리터 통에 물을 나르는 아이들, 낡은 버스에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타고 가는 많은 사람들….한번은 오래 기다려서 버스를 탔는데, 10살쯤 되어 보이
안경 하나 얹었을 뿐인데뿌옇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선명한 세상이 흐려져 보인 건 세상 탓이 아니었다.가끔씩 아파보이는 삶들도 운명 탓이 아니다.기쁨으로 보지 못하는 멍든 마음 탓이다.산 비탈에 서 있는 나무는더 깊게 더 넓게 뿌리를 뻗을 뿐자리를 탓하지 않는다.바람 속의 새도 더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오를 뿐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모든 건 마음이다. 시인 허윤종30여 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허윤종 님은 2017년, 으로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는 시를 쓰며 삶을 정리하고, 위안을 얻는다고 말한다. 어려움에
오목눈이, 뱁새는 머리에서 꽁지까지 합쳐 12센티미터, 무게도 10그램이 채 되지 않는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아주 작은 새다. 그가 막 태어났을 때, 사자자리와 뱀자리 사이에 있는 작고 희미한 ‘육분의’* 자리만 홀로 빛나서 그의 엄마가 이름을 ‘육분의(육분이)’라고 지어주었다. 비록 몸집은 작아도 곳곳을 잘 살피고, 자기가 앉고 날아갈 방향도 살피라는 뜻이었을 것이다.*육분의는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첫째 사자자리와 바다뱀자리 사이에 있는 작고 희미한 별자리. 둘째, 태양, 달, 별
한국예술종합학교, K-Arts 온라인 희망콘서트우리나라 모든 예술 분야를 집대성해 교육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코로나19로 일상이 갇힌 국민들을 위로하고, 공연 취소로 침체된 예술계의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예술가들의 재능 기부로 코로나19 극복 ‘K-Arts 온라인 희망콘서트’를 추진했다. 모든 예술분야의 전·현직 교수, 졸업한 신진예술가, 재학생들이 재능 기부의 뜻을 밝히고 릴레이 형식으로 연주했다. 한 명당 5분~10분 내 공연 영상으로 제작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공연 장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
193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을 시대 배경으로 한 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일부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은 ‘리디아 그레이스 핀치’. 아버지가 오랫동안 실직 상태이고 엄마도 옷을 만드는 일거리가 없어서, 경제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리디아는 도시에서 빵집을 하는 외삼촌 집에 맡겨져야 한다. 가족들은 헤어져 살아야 할 생각에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젖는다. 하지만 리디아의 가족은 뭔가 다르다. 슬픔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언제 밥 한번 먹자”친구들끼리 흔히 쓰는 인사말이다. 한국에선 밥을 함께 먹는 다는 건 또 하나의 만남, 인연을 뜻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도 나에게 ‘밥’의 의미는 특별했다.1년간 탄자니아에서 지내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필라우Pilau’였다. 이 음식은 손님이 오거나, 생일, 축제 등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다. 양파와 고기 그리고 갖가지 향신료가 어우러진 것으로, 한국 음식 중에선 볶음밥에 가깝다.내가 필라우를 좋아하게 된 건 내 친구 캐시 때문이다. 하루는 캐시네 구멍가게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저녁시간이
‘기생충’과 비견되는 작품?최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샘하듯 이런 말을 했다. “아카데미 수상작이 한국 영화다.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그러면서 미국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훌륭한 영화가 많은데 왜 미국 영화가 최고상을 수상하지 못했냐며 자못 아쉬워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도대체 어떠한 영화이기에 대통령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의 호평을 얻은 것일까?노예제도로 갈라졌던 미국의 남과 북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공연이 속속들이 취소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휴관도 연장되고 있다. 이렇게 문화계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집 안에서 온라인으로 공연과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함으로써 문화생활에 목마른 이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고자 한다. 영상, 가상체험 등을 통해 집안에서 생생한 공연장의 현장도 느껴보고 전시장을 직접 둘러보는 듯한 경험도 해보길 바란다.국립중앙박물관, VR체험관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휴관기간 중에도 온라인으로 박물관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국립중앙박물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 아이들을 만나 인사했다.“Halo~!” 무더운 날씨에 땀을 식히기 위해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놀던 아이들이 동양인을 처음 본 것처럼 신기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바누아투에서는 복잡한 것이 없다. 배가 고프면 길에서 자라는 파파야를 따먹고, 더우면 바닷물로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적대감 없이 언제나 환영하며 먼저 인사하고 친절하게 상대방을 대하며, 돈이 없어도 불평과 불만을 갖지 않는다. 바누아투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행복하게
2015년부터 시행된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며 인성교육을 정의하고 있다.세계 최초로 이런 법이 만들어진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인성교육을 법제화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에 인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깨지고 인성 경시 풍조가 심각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우리나
아직은 추운 2월,엄마는 이따금 갑자기꽃을 사오거나 따와나를 행복하게 해주시는데오늘은 튤립이 예쁘다며 한 다발 사오셨다.봉긋하고 단아한 모양새가 어여쁘다.엄마와 둘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튤립 칭찬을 한참 하는 동안따뜻한 집안 온도 때문인지부지불식간에 꽃봉오리가 벌어져튤립이 활짝 피어났다.아…!단정하고 새침한 튤립도따스한 온기 앞에서는여리여리하게 변하는구나.사람 마음을 바꾸는 것은굳센 다짐도 반듯한 가르침도 아닌따스한 사랑이구나. 글,사진=방지혜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 미술 심리 상담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가난한 화가의 길을 걷다모네는 1840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가 그린 그림을 사려고 할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18세가 되자 아버지의 반대를 뒤로하고 무명 화가였던 고모의 집으로 가서 그림 수업을 받았다. 그 후 빛으로 색을 표현하는 풍경화가 외젠 부댕의 영향을 받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자연과 빛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졌다.1859년 봄, 파리의 사립 예술학교 ‘아카데미 쉬스’에 입학한 그는 젊은 예술가 그룹에 가입해 예술과 문학 공부에 매진한다. 1860년에는 군대에 소집
2020년 새해 1월호를 우체통에서 꺼냈다. 투명비닐 안에 담긴 표지를 보면서 첫 느낌은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실려 있겠다는 기대감이었다. 는 내가 젊었을 때 읽던 잡지와는 내용이 전혀 다르기에 늘 진지한 마음으로 읽는다.이번호 기사 중에서 특히 ‘나처럼 꿈꿀래?’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흔히 장래의 직업을 말하고, 좀 더 성장했을 땐 자신이 잘하는 분야와 관련 있는 직업을 말했다. 점점 이성과 감성이 발달하면서 소위 ‘잘 나가는’ 직업보다 즐거워하면서 할 수 있는
10년 동안 20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김대의 씨는 최근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담은 이란 책을 냈다. 아르바이트의 경험으로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를 찾았다는 그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로 ‘주인의식’을 꼽았다. 근무했던 곳마다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뽑히며 취업까지 성공한 김대의 씨를 만났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땐 돈을 벌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혼이 많이 났습니다. 지각해서 혼나고, 매뉴얼을 안 지켜서 혼나고…. 청소도 못해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칠칠치 못한 나는 걸핏하면 넘어져무릎에 딱지를 달고 다녔다.그 흉물 같은 딱지가 보기 싫어손톱으로 득득 긁어 떼어내려고 하면아버지는 그때마다 말씀하셨다.딱지를 떼어내지 말아라 그래야 낫는다.아버지 말씀대로 그대로 놓아두면까만 고약 같은 딱지가 떨어지고딱정벌레 날개처럼 하얀 새살이돋아나 있었다.지금도 칠칠치 못한 나는사람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히며마음에 딱지를 달고 다닌다.그때마다 그 딱지에 아버지 말씀이얹혀진다.딱지를 떼지 말아라 딱지가 새살을 키운다.글=이준관1971년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
숲에 가도 나무는 못 보는 사람들나무에 대해 쓴 책은 현란하거나 요란스러울 수 없다. 이런 책들은 탄산음료처럼 달콤하고 상쾌하진 않지만 나무라는 존재가 가진 특유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어찌 보면 나무는 자연을 대표하는 존재다. 자연이란 하늘과 땅이고, 나무는 그것들 사이를 채워주고 있으니까. 나무가 가진 교훈은 자연이 주는 지혜를 대표한다. 나무를 알면 자연을 아는 것이다. 그런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운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나무들은 태어날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 한번 태어난 자리에서 평생을 서서 살아간다. 그렇
좋은 책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또 마음에 한동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갈 기회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 농부가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섭리를 새록새록 발견해가듯이 우리는 책 속에서 사색하며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비밀을 더듬는다. 는 나로 오래도록 생각하게 하고, 긴 여운과 질문을 남긴 그런 책이다.평생을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면서,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길들여진 ‘수평적 시각’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수직적 시각’으로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고 인류의 문명을 조명하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보는 것이다. 같은 공연이지만 해마다 감동이 깊어지는 무대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전 세계에 알리는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이 공연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 사연과 감동을 소개한다. “우리의 노래로 세상이 따뜻해진다면 언제 어디서나 노래할 거예요”2000년부터 해마다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선보여 온 그라시아스합창단은 아프리카 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