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봄이 왔다. 나는 매년 이맘때면 어린 시절 머리에 ‘빵꾸’ 난 일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긴 겨울 동안 동네 친구들과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미나리꽝이나 강을 찾아다니며 썰매를 타다가 얼음 두께가 얇아져 더는 탈 수 없을 때가 되면, 이젠 산에 올라가서 잣 치기를 하거나 새총 싸움을 하거나 칡을 캐면서 놀았다.이날도 친구들과 함께 동네 옆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오후 내내 실컷 놀다보니 해질녘이 되었다. 그때 동네 형이 말했다. “여기서 마을까지 누가 빨리 내려가나 시합하자.” 우리는 이 말을 듣자마자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라면, 사회는 일하는 곳이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습득하고, 회사는 일을 하며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학생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지식을 습득한다면, 직장인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만들어 제공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또한 학교는 혼자 모든 것을 터득해야 한다. 같이 공부를 하더라도 각각이 전체를 알아야 하는데, 회사는 나눠서 하되 합쳐서 결과를 낸다. 이외에도 학교는 돈을 내고 강의를 수강하고 공간을 사용하는 반면, 직장은 돈을 받고 다니는 곳이다. 그렇다면 학생에서 직장인
2019년 5월, 나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남편 직장 때문에 몽골로 왔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라서 몽골의 모든 학교는 온라인 수업이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유익한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코리아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지금도 많은 몽골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코리아 아카데미에서는 ‘한국어 교실’을 비롯해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 ‘반별 토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반별 토론 시간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자신도 발표를 시켜 달라는 눈빛을 보
영화계의 요정으로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아온 오드리 헵번. 그는 미모와 명성, 재능과 품위를 갖춘 배우였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단란한 가정은 끝내 얻지 못했다. 어느 날, 초콜릿을 보며 그는 가장 참혹했던 전쟁터에서 받은 사랑을 기억해낸다. 배부를 땐 보이지 않던 작은 씨앗을 그때 마음에 심었고, 받은 사랑은 이제 주는 사랑으로 발아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요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오드리 헵번. 그는 뛰어난 연기력과 청순한 아름다움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와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완벽하게 작동한다. 더 이상 필요 없어. 2013년에 발매된다. 용량은 1일 10L. 관심 있으면 받아도 돼. 나는 차가 있어, 너의 주소에서도 배달할 수 있어, 여기로 연락해.’어떤 외국인이 제습기를 팔려고 당근마켓에 올린 글이다. 한국인이라면 이 문장이 뭔가 어색하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번역기가 문맥을 연결시키지 않고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직역해서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다행히도 그 제습기는 누군가에게 판매되었다고 한다.요즘은 번역기가 발달해서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번역을 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전
겨울철 빙판길을 걷다 보니, 권순진 선생의 ‘낙법落法’이란 시가 생각난다.유도에서 맨 먼저 익혀야 할 게 넘어지는 기술이다자빠지되 물론 상하지 말아야 한다메칠 생각에 앞서 패배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훈련거듭해서 내쳐지다보면 바닥과의 화친이 이루어진다몸의 접점이 많을수록 몸은 안전해지고나아가 기분 더럽지 않아 안락하기까지 하다–이하 생략– 시인은 유도의 넘어지는 기술을 묘사하며, 몸이 바닥과 만나는 면적이 넓을수록 안전하다고 가르쳐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얼음판을 만났을 때 무조건 넘어지지 않으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모두가 답답함을 느끼고 마음의 여유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가 조금만 불편해도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구직자의 취업 역량을 강화해 기업으로의 취업을 돕는 취업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실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보다 구직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회사 내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평이한 관계를 지속하는 게 힘들 정도로 모두가
“우와! 우리 반 부반장 역시 잘한다. 최고야.”“얘들아, 고마워!”안녕하세요? 이젠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중학교 2학년 최서연이라고 합니다. 저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말할 때 목소리에 자신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무척이나 소심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2021년 6월호를 읽은 후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삶에 반전이 찾아온 것이지요. 그 과정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저는 한때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목소리가
기관사로 야간 근무까지 해가며 뒤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 이번에 졸업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야 했지만 가족, 직장 동료, 대학원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이제 나는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자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기관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요즘은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무인열차도 운행되고 있지만, 나는 20년째 2호선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하철 기관사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끝없는 암흑을 달리는데, 나는 서울을 한 바퀴 도는 내부순환선
아프리카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말라리아가 있다. 말라리아 모기가 사람을 물면 그 주둥이에 있던 말라리아균이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고, 잠복기를 거친 뒤 사람 몸을 공격한다. 나도 아프리카에 갔을 때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다. 몸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괜찮겠거니 했는데,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분이 그 사실을 알고는 “여기는 아프리카입니다.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하여 병원에서 피검사를 해보니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있었다. 초기에 발견되어서 의사가 주는 약을 먹고 곧 나을 수 있었다.사람의 몸에 많은 병이 있는 것처럼
뉴욕의 맨해튼에는 고층건물이 많다. 그렇게 높다란 빌딩 숲 가운데엔 나지막한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걷고, 달리고, 때로는 잔디밭에서 앉아 쉬거나 호수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한 해에 4,2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이 공원의 이름은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이다.1850년대 초반, 뉴욕 주의 행정부는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할 공원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도심에서 좀 떨어진 땅을 부지로 선정했고, 이곳에 미국 최초로 조경 공원을 만든다는 법까지 제정했다. 이어서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여러분도 가족의 구성원으로, 기업의 직장인으로, 동아리의 일원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과 그 책임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일반적으로 세월이 흘러 과거로 귀속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산골의 샘물이 냇물로 흐르고 강물을 거쳐 바닷물이 되듯이, 보통 세월은 점점 큰 미래로 흘러간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한 살씩 먹는다는 것은 더 큰 사람이 되어 미래로 가는 것이지, 오늘보다 작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이 아기에서 어린이로, 청소
내가 열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오랜 병고 끝에 돌아가셨다. 우리 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버지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한동안 술로 세월을 보내셨고, 나는 7살 4살 두 여동생과 함께 친척집을 전전했다. 그 후 아버지를 따라 큰아버지가 살고 계신 대구로 이사를 왔다.8년간 투병한 어머니의 병원비로 재산을 다 써서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웠다. 먹을 것이 없었고, 배고픔으로 힘겨울 때가 많았다.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새엄마와 지내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시면 무턱대고 때리는 새엄마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점
요즘은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고 사는 게 힘이 든다. 그런데 서로 불신하는 마음은 더 큰 문제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불신을 제거하면, 세상은 더 복되고 평화로운 곳이 된다.“당신, 어디 갔다 왔어?”“왜 화가 났어요?”“시끄러워! 어디 갔다 왔어?”“시장에요. 왜 그래요? 화내지 마세요.”“시장에서 누구 만났어?”“누굴 만나긴요.”“그럼 아무도 안 만났어?”“생선 장수요.”“그리고 또?”“계란 장수요.”“그리고 또?”“채소 장수요. 여보, 왜 그래요?”“시끄러워! 또 누구 만났어?”“그리고 아무도 안 만났어요.”“이게 어디서 거짓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서 열심히 일해 많이 벌었어요. 어릴 때 못해본 것들이 많아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실컷 샀고요. 행복한 줄 알았어요. 내 옷장은 좋은 옷들로 가득했지만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텅 빈 폐허였어요. 무기력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예전에 배고팠던 시절을 생각하며 밥을 먹고, 빌려 입던 때를 기억하며 옷도 고르지만 별 감흥이 없었어요. 지금 이렇게 사는 게 감사하지도 않고요.”아주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부유했지만 감사보다 불평불만의 소리가 컸다.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 보려고 없이
피아니스트인 필자는 ‘취미와 직업과 꿈이 일치하는 행복한 길을 지금 계속 걸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멋진 길을 다른 사람들도 걸을 수 있다고 확언한다. 이 말에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2회 연재로, 지난 호에는 받아들이는 기능을 통해 어떻게 삶에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번 호에서는 구체적으로 비우고 받아들이는 훈련 과정을 소개한다.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었다. ‘비우고 받아들이기’라는 주제로 두 번째 게재할 글을 써야 하는데, 첫 번째 글보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까 영 손에 잡히질
피보팅Pivoiting이란, 운동 경기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방향을 틀어 중심축을 바꾸자는 의미이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화가 성큼 다가왔다. 학교에선 비대면 영상 교육을 시작했고, 다른 산업에서도 디지털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은 거래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촉발된 사회 전반의 다양한 변화를 돌아보며, 나의 모습은 어떻게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디지털에 적응되어 있는가?요즘 젊
지난 6월,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 NGO 봉사 단체의 막내 사원이 되었다. 이전 직장 동료들이 나에게 왜 그런 선택을 하느냐고 여러 번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유독 돈 모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일하며 힘들어도 돈을 버는 게 좋았고, 그 돈으로 안정적이고 멋지게 살기를 원했다. 그런데 직장생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지쳐갔다. 그리고 고민 끝에 인생의 길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돈을 조금 벌더라도 행복하게 일할 곳을 찾았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해 이직을 결정했다. 2021년은 새 직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했든지 아들을 사랑한다.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해서 때로는 자신의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사랑한다. 오래 전,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다윗이 말했다.“나를 위하여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접하라.”다윗 왕이 군대를 통솔하는 요압, 아비새, 잇대를 비롯해 모든 장수들에게 이렇게 말할 때 군사들도 그 이야기를 다 들었다.곧 싸움이 시작되었고, 압살롬이 이끄는 군대가 다윗 왕의 군대에 크게 져서, 그날 죽은 군사만 2만 명에 이르렀다.압살롬의 반역과 다윗의 눈물다윗 왕은 여
공자의 조카 공멸과 제자 복자천은 모두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공자가 조카에게 물었다.“그 일을 하면서 네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이냐?”“얻은 것은 전혀 없고, 세 가지를 잃었습니다. 첫째, 일이 너무 많아서 학문에 힘쓸 수 없습니다. 둘째, 월급이 너무 적어서 친척들을 잘 대접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업무에 쫓기다 보니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습니다.”얼마 뒤 공자는 제자 복자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얻은 것이 세 가지나 됩니다. 첫째, 글로 알던 것을 실행해 보면서 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