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50원에 거래되는 폐지를 어르신들로부터 6배 가격인 300원에 매입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폐박스를 재단해 페이퍼 캔버스를 만들고, 재능 기부 작가들의 손길을 거쳐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제품을 약 3만 원에 판매한다. 수익금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생계유지를 돕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단다. 언젠가 멋지게 망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곳. 사회적 기업 ‘러블리페이퍼’의 이야기이다. 남다른 방식의 운영 철학을 고수하는 러블리페이퍼의 기우진 대표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독자 분들에게 ‘러블리페이퍼
“넌 네 것도 잘 못하면서 남을 왜 도와줘?” “손해만 보잖아.” “너 호구야?”대학 시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피피티 작업에 서툴다며 내게 도움을 청한 친구를 돕느라 정작 내 과제는 제대로 하지 못한 적이 있었고, 대외활동을 할 때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역할을 양보하다보니 늘 행사 뒤편에서 스탭으로 일했다.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좋아했다.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그런 나를 이용하고, 더러 악용하려는
토요일 오전 7시, 브라질 상파울루 주의 어느 골목길에서 표지 촬영을 시작했다. 상점도 열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7월호 표지의 주인공인 ‘하다싸’와 ‘알레’의 표정은 한껏 빛났다. 두 사람은 ‘글로리아 밴드’의 멤버이다. 이들은 음악이나 영상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달 뮤직비디오 클립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게나마 행복과 미소,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사진 촬영을 마친 두 사람을 온라인 화상 채팅 줌에서 만났다. Q. 12시간의 시차에도
‘스승의 날’인 5월 15일, 포천에 위치한 한 중학교의 풍경은 싱그러웠다. 교문을 들어서니 드넓은 운동장 너머로 주황색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왼편에 푸르른 잣나무 길이 보였다. 그곳에 가까이 가니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었다. 전교생이 47명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의 학교로 알려진 삼성중학교. 이곳에서 3년째 특수 학급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권유경 씨를 만났다. 아직은 연륜이 깊지 않은 젊은 스승이지만, 아주 특별한 스승과의 만남이었다. Q. 학교가 가족적인 분위기라 학생들에게 정말 좋을 것
학창 시절, 나는 틱 장애를 앓았다. 오랜 시간 ‘나는 왜 친구들이랑 다를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스무살 이후엔 증세가 호전되었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내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힘들고, 두렵기도 했다.대학에 입학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새롭게 살아보고 싶었던 나는 미국으로 봉사를 떠났다. 그곳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보기도 하
더불어 행복해지는 길을 한결같이 걷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사무실을 찾았다. 여러 대의 세탁기, 가지런히 놓인 청소 도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을 지나니 다른 공간이 나오고, 사무실 중간에 놓인 탁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다 이곳 직원이신가요?”라고 묻자, 한 사람이 “이 사무실을 쓰는 30명이 다 사장이에요(허허)”라고 대답했다. 이 사무실엔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사무실을 처음 열었다는 인터뷰의 주인공 임병철 씨를 만났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 첫 출전한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카메룬 국가대표팀 ‘불굴의 사자들’은 그 대회에서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한다.무누나 푸튜 청소년 · 시민교육부 장관은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카메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거둔 첫 승리의 날이었으며, 그 승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카메룬 정
누구나 삶을 살며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배강욱 주미하 부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9년 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을 택했고, 2년 후 재결합했다. 같은 사람과 두 번 결혼한 셈이다. 그렇게 다시 15년을 사는 동안 두 사람은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을 둔 중년 부부가 되었다. 최근엔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낸다는데, 그래서 더 귀한 주말 시간을 취재기자가 비집고 들어가 두 사람를 만났다. 주말부부로 지내신다고요.주미하: 제가 지금 대전에 있는 새소리음악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벌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오라는 외동딸은 오지도 않고 며느리만 온다.’우리나라 속담에는 ‘며느리’와 관련된 것이 많은데, 대부분 서로 미워하는 관계의 대명사로 등장한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도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는 여전히 어려운 관계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도 ‘고부’라는 단어 뒤에는 ‘갈등’이라는 단어가 자동적으로 따라다니지만, 10년간 한 지붕 아래에서 동고동락하며 ‘딸과 엄마’ 혹은 ‘친구’처럼 지낸다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있다. 그들의 일상은 어떨까? 며느리 김효미 씨의 시점으로 그들의 이야기
“어머, 너는 어쩜 이렇게 밝아?”나는 쾌활한 성격 덕에 어릴 적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었다. 나를 처음 보는 어른들은 밝은 성격을 칭찬하시곤 했다. 공부에는 썩 소질이 없었지만 발표를 잘해 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긍정적인 성격 덕에 웬만한 어려움엔 잘 넘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1월,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캐나다로 해외봉사를 떠나면서도 걱정이 없었다. 물론 낯선 나라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지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완벽한 봉사활동을 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아토피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나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 아프리카의 마지막 왕정 국가, 이런 수식어들의 주인공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내륙 국가 ‘에스와티니’이다.어진 군주가 다스리는 태평한 시대를 태평성대太平聖代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태평한 시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왕이 얼마나 훌륭한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왕을 보필하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음피와 들라미니 왕자는 선왕先王인 소부자 2세Sobhuza Ⅱ의 손자이다. 에스와티니에서는 선왕의
올해 83세인 이종열 조율사는 피아노 조율 부문 대한민국 명장 1호다. 그는 지난 65년간 ‘피아노 조율’이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사람들은 그 정도 오래 했으면 눈감고도 조율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그에게 묻는다. 대답은 단호하다. “쉬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지금 제 나이가 여든이 넘었는데 작년보다 올해, 어제보다 오늘이 더 발전하고 있어요.” 그가 같은 일을 오래 하고 있으면서도 날마다 새롭게 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재 전속 조율사로 근무하는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일정 잡기가 쉽지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예상치 못했던 ‘처음’을 맞아야 했다. 김정윤 씨 또한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져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전주시 곳곳을 다니며 견과류 제품을 소개하고 거래처를 확보해 물건을 납품하는 일이다. 낯선 일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불안할 텐데, 그는 어디를 가든지 ‘우리 제품을 알아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믿음으로 사람을 만나며 즐겁게 일한다. 업종 전환 두 달 만에 고정 거래처 150군데를 확보했다는데, 그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 혼자
2021년 3월 2일 17시 49분, 시온이가 태어나면서 나도 엄마가 됐다. 세상에 나온 딸이 배 위에 올려졌을 때, 따뜻했던 온기와 울음소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분만 후에도 오랜 진통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 탓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났지만,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자 아픔과 화가 슬며시 누그러졌다. 아빠를 꼭 닮은 반짝거리는 큰 눈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고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시온이와 처음 만난 순간은 기쁨과 감사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 어떤 처음의 순간도 이보다 경이롭고 감격스러울 순 없을 것 같다. 이런 순
‘처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처음 핸들을 잡았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 느낀 낯섦과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모두에게 다양한 ‘처음’이 있습니다.처음 등교하던 날, 처음 아이를 안던 날, 처음 비행기를 타던 날, 첫 월급을 타던 날, 첫 도전에 실패하고 울던 날, 처음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날….그 경험 속에는 설렘, 낯섦, 기쁨, 그리고 막막함과 두려움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새봄이 완연해지는 4월에, 처음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2021년 3
김보혜 씨의 아침은 조금 이르게 시작된다. 두 달 전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공부를 한다. 올해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적막한 방안에 앉아 썼던 일기를 이따금 읽어 보는데, 요즘 잠을 줄여가며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때와 너무 달라 신기하다고 한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던 날, 인터뷰를 하려고 작은 벤치에 마주앉은 그는 자주 밝은 웃음보를 터트리고 가벼운 농담으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유쾌한 그에게 담긴 사연이 무엇일지 더욱
나는 투머로우를 즐겨 읽는다. 내 손주들이 볼 잡지인데 내게도 필요한 내용들이 많다. 지난 호에서 ‘함께하는 맛을 아는 사람들’을 읽다가 이번엔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펜을 들었다.2019년 가을,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폐암 4기였다고 한다. 나보다 나이는 한 살 많았고 아내와 이혼한 후 혼자 살던 친구였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이가 일흔에 가까울수록 병들고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의 소식이 자주 들렸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다리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보다 더 두렵고
저는 캐나다로 해외 봉사를 떠나며 열심히 활동해서 1년을 정말 멋지게 보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심이 무너지게 되었는데요. 바로 ‘인디언 캠프’라는 행사를 진행할 때였어요.캐나다 봉사단 지부에서는 해마다 인디언 마을을 찾아가 며칠 동안 머무르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소망을 전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큰 행사인 만큼 저도 밤낮없이 열심히 인디언 캠프를 준비했어요. ‘애들이랑 이런 놀이를 해야지, 이런 아카데미도 해야겠다!’ 그런데 행사 당일이 되자, 제 계획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거예요. 아이들이 계속 뛰어다니
물리부안지(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한 해 따뜻한 심장의 나라, 말라위로 해외 봉사를 다녀왔습니다.그곳에서 제가 발견한 사랑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한번은 저희가 작은 마을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동네는 샤워장이 따로 없어 풀숲에서 얼른 씻어야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벌레가 몸에 기어오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저녁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저희는 마을의 한 아주머니의 초대를 받아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집은 아이만 아홉 명이 있는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아마이
카이스트 대학교에 입학한 후 첫 학기를 마치며 처음으로 ‘노력하면 무조건 된다.’라는 말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학교 선배는 제게 일반고 출신이면 학점 3.3도 못 받는다고 하더군요. 고교 때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막상 대학교에 오고 나니 뚜렷한 목표도 사라졌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며 허무와 공허를 느끼며 지쳐갔습니다.잠시라도 쉬고 싶었던 저는 1학년을 마치고 곧바로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로 해외 봉사를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