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1살 때 이혼을 하시고 나를 쭉 혼자 키워 오셨다. 너무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기 때문에 나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릴 땐 남들도 다 나처럼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가 많이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아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고등학교 선생님인 우리 엄마는 늘 바쁘셨다.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고, 출장을 가고, 수업 준비며 시험 채점이며, 일과를 마치고 매일 밤 10시가 되서야 집에 돌아오시곤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엄마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날 늦게 귀가해 몸이 고단해도, 내가 소풍
고등학생 시절, 나는 프랑스 소설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반드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겠다는 큰 뜻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합격한 대학에 지원했던 전공이 불어불문학과였다. 대학 입학 이후, 프랑스 문학에 흥미가 있었지만 문학을 배우기에 앞서 불어라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언어 때문에 약간의 고난이 있었다.문학수업은 불어 텍스트를 직접 독해해야 했기 때문에 3학년을 마칠 무렵에야 비로소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뒤늦게 맛본 프랑스 문학의 매력은 너무나 달콤했고, 직감적으로 ‘이게 내 길이다’라는 묘한 느낌을 떨칠
작은 일에 안절부절못하고, 친구들의 농담에도 심각하게 반응하는 제가 싫어요ㅠㅠ저는 무슨 일이 생기면 겁부터 나고 초조해지는가 하면 별 것 아닌 일에도 고민하느라 잠을 못 자곤 합니다. 동글동글한 외모 때문인지 사람들은 제가 속이 아주 넓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자주 오해하다가 심각해지고, 그런 제 못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괜찮은 척합니다.한번은 사귄 지 얼마 안 된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었습니다. 사실 몇 마디 이야기만 하면 웃으며 화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문득 ‘얼렁뚱땅 넘어갔다가는 사이가 틀어질 수 있겠다’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며 간호학을 전공하는 나는 드디어 3학년 1학기를 맞았다. 이번 학기가 특별한 이유는 병원 실습과정이 있기 때문인데, 간호사들이 환자를 실제로 어떻게 돌보는지 모르는 나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수업을 영어로 듣는데도 너무 새로운 내용이어서 다른 언어로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실습이 시작되었다. 첫날, 나와 한 학기 동안 같이할 교수님들과 8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간호사로서 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역할에 대해 배웠는데,
벌써 내 나이 오십 하고도 셋이 되어간다. 젊었을 때는 단풍꽃이 피고 서리가 내리고 지붕 위에 한 뼘씩 눈이 쌓여도 마냥 즐겁고 아름다워 보였다. 요즘은 봄이 되어 따듯해지고 갖가지 꽃이 피면 보람되고 뭔가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파이팅을 외쳐보다가도 가을 문턱에서 기온의 변화와 지는 낙엽에 가끔 생각에 잠긴다. 추위가 오는 것이 싫어서라기 보다 한 살 더 먹는 데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내가 나이를 먹는 동안 두 아들은 어느새 성장하여 대학생이 되었다. 첫째는 군대에서 제대해 2학년으로 복학을 앞두고 있고 둘째는 이제 2
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2020년에 3학년으로 복학하길 기다리는 휴학생이다. 대학 3학년 기간을 ‘사망년’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만큼 진로 스트레스로 머리털 빠져가며 공부에 전념해야하는 시기라는 의미이다.나는 전공이 화학공학이지만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해놓은 것이 없어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 아무리 취업률 100퍼센트라는 ‘전화기학과(전기·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를 아울러 이르는 말)’에 다니지만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현실은 늘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나는 다른
화재예방,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겨울의 길목에 들어선 얼마 전, 화재보험협회에서 발간한 이란 잡지가 회사로 배달됐다. 건물 방재 업무를 하다 보니 관심을 갖고 읽던 중 ‘그렌펠 타워 화재사고’를 소개한 글이 내 눈길을 끌었다. 2017년 6월 14일 밤, 런던 서부의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에서 발생한 이 화재는,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외벽을 타고 건물 전체를 태워버렸으며 사망자 79명, 중상자 20명, 실종자 79명 등 인명피해도 컸다.기사내용 중 특히 내 관심을 끈 건 화재의 원인이었다. 그렌
2019년이 지나갑니다. 올해 가장 즐거웠던 일, 소중한 사람,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키워드로 정리해보세요. 2019년은 점점 멀어지지만 키워드는 마음에 남아 우리를 오래도록 행복하게 해줄 겁니다.키워드 1 어른김동은‘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렴풋이 실마리를 찾은 것은 올해 2월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과 서울 상경을 목전에 두고 있던 때, 다른 건 몰라도 성인이 어른의 동의어가 아님은 깨달았다. 한 것 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게 이런 뜻인지…. 나이는 생각보다 쉽고 허무하게 앞자리 수 2를 달았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 출연하는 샘 해밍턴이 ‘동심지킴이’ 아빠로 불리며 두 아들 ‘윌벤져스(윌리엄, 벤틀리)’와 함께 인기몰이 중이다. 초보아빠에서 프로아빠가 된 ‘수퍼히어로’ 샘 해밍턴을 통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되짚어본다.샘 해밍턴의 첫째 아들 윌리엄은 4살 나이답지 않게 감정표현이 아주 뛰어나다. 말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맑은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투병중인 할머니 ‘나나’가 살고 있는 호주에 가서는 이웃주민에게 “Nana! Love please”라고 말하
세상은 변한다. 어릴 적 우리 집 거실에는 ‘정직하게 살자’는 가훈이 걸려 있었고 아버지께선 ‘진인사대천명’을 좌우명 삼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세대는 어떤가?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인 세상에 살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전긍긍하기 보단 원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살자는 뜻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별종은 있는 법. 한번 사는 세상, 더 신중하게 고심하는 청년들이 있다. 시류를 거꾸로 헤쳐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나는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했다. ‘국내에 사용자가 많지 않은 희귀언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도 1인 가구의 비중은 29.8%로 2017년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부+자녀 가구를 넘어섰다. 580만에 육박하는 1인 가구는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1인 가구가 늘어가는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 편의점을 둘러보면 하나씩 포장되어 있는 과일부터 삼겹살, 곱창과 가정 간편식 등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소량으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
이른 아침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이부자리를 벗어나는 게 힘겨워지고, 출근길 재킷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의 스산함을 느끼고, 퇴근길 터져버린 길바닥 은행의 구린 냄새와 땅거미 진 어둑한 거리가 익숙할 때쯤, 우리는 느낀다. 하루가 짧아졌음을, 기어코 한 해가 지고 있음을.달력을 보니 벌써 두 자리로 넘어간 지 한참 된 그 숫자가 떡하니 나를 마주한다. 와 버렸다. 그 계절이, 그 달이. 반성의 채찍을 꺼내들 그 11월이. 작년 말, 보람차고 풍요로운 올 한 해를 위해 호기롭게 구입했던 스케줄러를 책상 구석에서 끄집어내 본
코칸트 칸국이라는 나라에 아주 난폭한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신하들이 조그마한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불호령과 함께 엄벌을 내렸다. 그렇게 괴팍한 왕에게도 유독 부드럽게 다루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름다운 무늬가 그려져 있고 신비로운 빛을 내는 찻잔이었다.하루는 큰 잔치가 열렸고 왕은 어김없이 그 찻잔을 꺼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손이 미끄러워 그만 찻잔을 놓치고 말았다.‘쨍그랑!’찻잔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왕은 자신이 실수를 한 터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더 화가 나기만 했다.“여봐라! 뭘 보
편의점 알바생 카페에 보면 가끔 재고조사에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온다. 편의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판매하는 상품수가 3천 종 이상이라서 전체 재고조사는 월별 또는 분기별로 한다. 담배나 상품권 같은 중요 품목만 실시간으로 조사하는데, 인수인계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면 넘겨주는 알바 책임이니 주의하라는 조언도 등장한다.재고조사란 자재나 물품에 대해 기록상의 재고량과 실제 재고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건은 기업의 자산이므로 재고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몇몇 품목은 잘 관리해서 생산이나 유통량을 조절하고, 창고만 차지하는 오래된 물건은 폐기
“언제 커피 한잔 해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흔히 주고 받는 인사입니다. 하지만 이 커피 한잔을 놓고 나누는 대화가 인간관계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상대를 친구로 바꾸고 싶다고요? 바로 지금 커피대화를 시작해 보세요.‘외즐렘 제키지’는 무슬림 여성으로는 최초로 덴마크 국회의원이 된 커티 출신 이민자다.개방적인 덴마크 국민들이지만 정치만큼ㄷ은 타국 출신에 배타적인 반응을 보인다.‘나라의 정치지도자가 소수인종이라면?’이란 질문에 ‘기꺼이 수용한다’고 대답한 국민의 비율은 62%였다.아니나 다를
태양이 뜨겁게 비추던 어느 날, 키가 큰 친구가 키 작은 친구에게 말했다.“여보게, 우리 넓은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게 어떨까?”키가 작은 친구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흔쾌히 대답했다.“그래. 세상 구경을 하는 것은 귀중한 경험이 될 테니까.”이렇게 해서 두 친구는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가 깊은 산 속을 헤매게 되었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울창한 숲뿐이었다. 키가 큰 친구가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아이고, 다리야. 난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못 걷겠어.”“어서 일어나게. 날이 저물기 전
‘문돌이’도 읽어야 하는 경제신문대학시절, 난 경제신문을 읽지 않았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던 졸업반 시절까지도 주로 종합지나 시사주간지를 읽었다. 종합지에도 경제 섹션이 있었기에 굳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나는 고등학교 문과, 대학교에서도 문과대학에서 공부한 ‘문돌이’였다. 그래서인지 기사에 등장하는 용어도 어렵고, 머리 아픈 수치나 낯선 개념들이 툭툭 등장해 읽는 흐름을 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야 경제신문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신문에서
지난 7월 16일, 필리핀 동쪽 540킬로미터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다나스’가 우리나라 방면으로 북상하며 국민들 사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20일 정오 무렵, 한반도를 살짝 비껴가며 서해상에서 소멸했지만 다나스는 부상자 1명·이재민 8명을 내고, 농경지 2,500여 헥타르를 침수시키는 등 적잖은 피해를 입혔다. ‘여름의 불청객’ 태풍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은 적도 부근의 바다가 고향이다. 적도 부근에는 태양열이 집중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이 증발해서 수증기로 변한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 15명의 남자들이 탑을 쌓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명이 올라가기까지 수십 번, 겨우 30초 성공을 끝으로 그들의 도전은 마무리되었다. 바로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나타내는 포토제닉 미션으로, 교사 오성재 씨가 제안한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한국말 한마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 멕시코,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그의 손짓 하나에 불평 없이 움직였다. 이들이 이렇게 단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월드문화캠프에는 각국 대학생들이 참석하기도 하지만 졸업한 선
하늘 끝까지 닿을 만큼 커다란 가위가 있었습니다. 그 가위는 무엇이든 싹둑싹둑 자를 수 있었어요. 커다란 가위가 나타나는 날이면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멀쩡하게 흐르는 강물을 두 줄기로 만들어 놓고, 뾰족한 산을 평평하게 만들고, 이층집도 싹둑 잘라 단층집으로 만들어 놓았으니까요.“어떻게 해! 우리 집 지붕이 다 날아갔잖아!”“옆 마을로 가는 길이 없어졌어요!”“세상에! 내가 10년 동안 기른 나무들을 다 잘라버렸네! 이 못된 가위야!”“이게 다 저 커다란 가위 때문이야!” 사람들은 왕에게 가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