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 있었다. 강사 신영미 씨는 시작 전에 자신을 ‘독수리 5형제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그녀의 딸은 엄마의 강연을 돕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남편은 아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이었다. 강연 중에 소개된 가족사진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강연 후 만나 질문을 던졌다. “5형제라고 하셨는데 아까 가족사진엔 4명뿐이네요?” 신영미 씨는 “둘째 아들이 9살 되던 해에 하늘나라로
‘사람이 멋있고, 아름다워지는’ 것이 좋았던 김동현 씨는 ‘멋’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옷이라 생각했고, 막연하게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의류디자인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정적인 걸 좋아했던 그와 유행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옷은 잘 맞지 않았다. 그는 ‘변하지 않는 멋은 없을까?’ 고민했다.그러던 어느 날, 군에서 막 제대한 그는 집에 걸려 있는 오래된 양복 한 벌을 보았다. 양장사였던 할아버지가 만드신 그 양복은,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고 멋있었다. 그는 그렇게 양복을 만들어야겠다고
그날그날 겪은 일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일기. 기자는 ‘일기’ 하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학교 숙제로 일기를 써가면 선생님이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쾅 찍어주셨다. 때로는 나의 일기를 읽고 느낀 점을 짧게 적어주시기도 했다. 그러다가 방학이 오면 날마다 써야 하는 일기가 어찌나 쓰기 싫던지, 한참을 미뤄두었다.기자처럼 학교 숙제로 일기를 처음 시작했지만, 직접 쓰는 손글씨가 재밌고 스스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것이 즐거워 16년이 넘게 일기를 써왔다는 조현인 씨를 만났다. 날마다 기록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녀의 일기장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나는 학교 활동 중 하나인 해외봉사활동을 아프리카 가나에서 했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가나는 한국보다 무더웠지만, 나는 태권도 공연을 하고 태권도 아카데미도 진행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공항을 벗어나자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머리에 자기 몸통만 한 항아리를 이고 물을 팔고 있었다. ‘저 아이들은 왜 저기에 있을까?’ 생각하며 한참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아이들이 가난과 배고픔 속에 있음을 알았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나무판에 가로 열아홉, 세로 열아홉 줄이 그어지면, 그곳은 흰 돌과 검은 돌의 싸움터가 된다. 그 싸움터에선 단 한 번의 싸움도 같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정답도 없다. 자신의 차례마다 최적의 수手를 놓아야 하기에, 하나의 돌이 바둑판에 놓이기까지 돌을 잡은 사람은 끝없이 고민하고, 상대의 수를 읽으려고 한다. 마침내 싸움이 끝나고, 상대보다 많은 집[戶]을 차지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두 사람이 마주앉아 흑·백의 돌을 놓는 바둑은 오래 전부터 사랑받아 온 승부 놀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즐기며, 그 가운데에는 바둑을 업으로 삼는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 4월에 열린 제3회 정기 연주회는 청각장애인 수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연주회였고, 이번에는 베트남의 퐁니‧퐁넛 마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음악회였다. 2020년에 창단한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정기 연주회의 수익금을 기부해 지금까지 총 10명의 시각장애인의 개안 수술을 도왔고, 한 아이의 심장을 고쳤으며, 7명의 청각장애인에게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해 소리를 되찾아 주었다. 아름다운 음악 외에도 따뜻한 기부를 베푸는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들이 전
전파에 목소리를 실어 전달하는 라디오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매체이다. 지금은 라디오 청취자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운전하면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에, 동영상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매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나섰다.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를 들으며 자랐고, 라디오 DJ를 꿈꿨다는 박현준 씨는 현재 경인방송 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배경음악이 되었을까?
우크라이나는 패럴림픽 강국으로 통한다. 2002년에 지어진 국립패럴림픽센터는 장애인 스포츠를 활성화시켰고, 장애인 재활 및 운동선수 양성을 위한 국가 정책인 ‘인바스포르트Inva sport’는 우크라이나 전 지역과 학교에 장애인 스포츠 시설이 들어서게 했다. 이런 환경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을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시켰고, 패럴림픽에서도 빛을 발하게 해주었다. 올해 8월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우크라이나는 금메달 24, 은메달 47, 동메달 27개를 따내며 전체 순위 6위를 기록했다.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
남편과 차를 타고 가던 중, 말다툼이 시작됐다. 다툼의 시작은 사소했으나 끝에는 너무 화가 나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머릿속에 글귀 하나가 떠올랐다. “너무 화가 났을 때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말아라.” 투머로우에서 읽었던 이 글귀가 그 순간 왜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다.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듯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기하게 몇 초라는 짧은 시간에 화가 가득했던 마음이 누그러지고, 더 이상의 싸움은 없었다.이 경험 때문인지 나는 매달 투머로우를 기다린다. 이번 달에는 어떤 내용이 실려 있을지, 또 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성경이라고 한다. 그만큼 성경은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워 쉽게 읽기 힘든 책이기도 하다. 성경에는 인간의 사상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관점을 버리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성경을 정말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내가 성경을 바로 읽을 수 있도록 마음의 눈을 뜨게 해준 이야기가 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다. 강도를 만나 죽어가는 어떤 사람을 구원해 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은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도 잘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이동희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서점 한쪽에 ‘인플루언서 oo님의 추천’이 붙어 있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라는 제목이 달린 프롤로그를 읽어내려간 후에야 왜 책 제목이 ‘안 들리지만, 그래도’인지 이해했다. 청각 장애인인 작가는 신체적으로 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하나씩 더듬고 파헤치며 찾은 타인의 내면의 소리를 이 책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그의 시선 끝에는 ‘자신’이 있었다. 글을 쓰며 타인의 진심을 발견하고,
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다해야, 너는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이 말을 들은 나는 억울하고 분했지만,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학창시절, 내 삶은 무미건조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나는 5살 때부터 ‘*신증후군’이란 병으로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평소보다 조금만 피곤하거나 정해진 음식 외에 다른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풍선처럼 부어올랐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늘 내가 먹어야 하는 약이 가득 차 있었고,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쌀밥이나 소금기가 있는 반찬은 볼 수 없었다.*신
노경래 씨를 만난 날은 가실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가라앉은 날이었다. 한바탕 내린 소나기 덕분인 듯했다. 비가 올 때만 해도 ‘내일까지 내리면 어쩌지?’ 걱정이 앞섰는데, 비가 그친 뒤 부는 선선한 바람이 상쾌했다. 촬영 스튜디오에서 만난 노경래 씨는 그날의 날씨처럼 청량한 사람이었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제 오랜 꿈을 이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고 하며 인사를 건넸다. 투머로우의 오랜 팬으로,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투머로우에 실리길 오랫동안 꿈꿨다고 한다. 인터뷰가 이어진 두 시간 동안 그의 밝은 에너지가 스튜디오를 가득
이번 호 특집 ‘아무튼, 출근’이 정해지자마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매달 투머로우에 기고하고 있는 ㈜스탭스의 박천웅 대표였다. 출근에 앞서 필요한 것이 취업이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스탭스는 기업과 인재를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외에도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박 대표는 대학생 멘토링 활동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누구보다 현직에서 출근을 장려하고 있는 박천웅 대표를 스탭스 사옥에서 만났다. 그에게 출근은 무슨 의미일까? 그만의 출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표님의
사람들이 저를 만나면 꼭 물어보는 게 있습니다.“그 영화 주인공 맞아요?”“그런 일이 정말 있었나요?”“실화인가요?”이에 대해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2002년에 개봉한 영화 루키The Rookie의 실제 모델 짐 모리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온 이야기는 다 실화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단 하나입니다. ‘너의 한계를 다른 사람이 정하게 두지 마라.’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아프다는 걸 알고 있지만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상위권에 위치할 가치 중 하나는 ‘자유’가 아닐까? 현대 민주사회가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도 개인의 자유다. 자유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하지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실제로 개인의 자유는 시간적·물질적·규범적 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기 위해서 시위를 하고, 돈을 벌고, 진리를 찾으며 제한된 영역을
최근 SNS를 기반으로 함께 뛰는 사람들이 늘었다.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 공간에 달리기 일정을 올리면 댓글이 달리고, 같은 장소에 모여 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모임인 러닝 크루Running crew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달리기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달리기를 좋아하는 96년생들의 모임 ‘96러너스’에서 김민기, 장은서, 최승민 씨를 만났다. 그들이 만끽하는 달리기의 즐거움을 전한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민기 군 제대 후
지난 달, 어느 방송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푸에르토리코 용사들의 근황을 소개했다. 뉴스 내용에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청춘을 헌정한 참전 용사들을 한국의 대학생들이 찾아가는 장면이 나왔다. 아흔 살이 넘은 그분들이 한국에 왔을 때의 나이 정도로 보이는 청년들이 푸에르토리코까지 봉사를 가서 감사의 시간을 가졌다는 게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얼마 뒤, 뉴스에서 본 청년들과 연결이 되었다. 푸에르토리코 곳곳을 다니며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전한다. Q. 한국전쟁 참전 용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하며 결혼했다. 그 후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2020년에 발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혼이 10만 7천 건이었다. 혼인이 21만 4천 건이었으니, 혼인 건수의 절반만큼 이혼했다는 것이다. 이혼이 아니더라도 직장, 가치관,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등으로 함께할 수 없는 이유나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넘친다. 그 이유들을 듣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네’ 하면서 말이다
지난 주,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병원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는 코로나 증세와 비슷하다는 진단을 받고 바로 코로나19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도착한 진료소에는 병원에서보다 더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가 코로나로 많은 진통을 겪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힘을 쏟아 일하는 의료진을 보며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그리고 며칠 후 류은주 씨를 만났다. 심장 전문 의료기관인 부천세종병원에서 9년차 간호사로 근무중인 그녀는 어느 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