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늘한 바람결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산빛에서 가을을 느낀다. 10월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등반 관련 전문 지식이 없고, 등산의 경험이 적은 평범한 사람도 이때가 되면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간다. 높은 산을 오르내리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삶을 더 풍족하게 하고, 생각과 정서의 뜰까지 넓혀갈 수 있다.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9월~11월은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로 모여드는 시기다. 우기인 6월~8월에는 산 아래쪽에서 비, 위쪽에서 눈이 매일 내리기 때문에 안개가 끼고 길이 위험해 현
일제강점기인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번안소설 《장한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여주인공 심순애는 부모를 잃은 고학생 이수일과 결혼하기로 약속하지만, 갑부의 아들 김중배의 재력財力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심순애는 이수일과의 약혼을 깨고 돈 많은 김중배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잘못을 뉘우치는 심순애를 이수일은 차갑게 뿌리치고, 고민하던 심순애는 대동강에 투신하지만 이수일의 친구에 의해 구조된다. 그 후로도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마침내 두 사람은 마음의 앙금을 털어내고 재회한다.소설이나 연극의 줄거
최근 이탈리아 동북부 해안에 조개를 잡아먹는 ‘푸른 꽃게’가 출현해 이탈리아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수온 상승으로, 원래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고 있던 푸른 꽃게가 몇 년 전부터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으로 유입된 것이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에는 없어서 못 먹는 귀한 ‘꽃게’가 천대를 받는 것 같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을 써가면서까지 보이는 족족 잡아 없애는 이유는 이탈리아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골칫거리 푸른 꽃게로 위협받는 이탈리아 수산업한 마리의 무게가 1㎏까지 나가는 푸른 꽃게는 먹성이 매우 좋다. 날
기업가이자 문학인으로서, 헝가리뿐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야노쉬 차크János Csák 장관. 지난해 문화혁신부 수장이 된 그는 문화와 가족 정책, 과학 분야 및 고등교육과 아동복지까지 매우 방대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 참석 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이와 관련해 본지 특파원이 그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장관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을 다녀오신 소감이 궁금합니다.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는데 드디어 다녀왔습니다.(웃음)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메릴랜드에서 워싱턴D.C.로 넘어가는 고속도로에서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대신, 편안해 보이는 높이에 노란색 파스텔 풍 건물들이 강과 호수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이 배경인지, 자연이 배경인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도시 근교에 짧게 머물 예정이라서 이 아름다운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1941년 12월 7일 새벽 6시,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하와이의 진주만을 습격하였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던 미국
어릴 때 저는 대자연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일곱 살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는데, 피난을 갔다 와서 보니 학교가 불타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공부를 할 수 없어 칠판을 들고 다니면서 나무 밑이나 다리 밑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공부도 자연 속에서 했습니다.학교 수업은 오전에 다 마쳤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동생과 함께 자연 교실로 갔습니다. 주로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물고기 잡는 어부였다가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물고기를 많이 잡아 복음 전도자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물고
민음사 교정‧교열 팀을 소개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대학교수도 글이 거칠고, 문인들 글도 언제나 야무지진 않다. 이 팀은 글의 품질 유지를 위해 저자에게 원고 수정에 대한 의견을 보낸다. 저자에 따라 이를 불쾌해하기도 해서 난감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 팀이 “글 잘 쓴다.”고 꼽는 필자는 신문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이다. 장 작가의 글은 손댈 데가 별로 없고, 오자도 거의 없다고 칭찬했다. (최문선, 스태프가 사는 세상, “저자와 교정지 넘기며 신경전” 글 다듬는 글벤저스, 한국일보, 2018년 3월 24일) 신문사에서 혹독하게 훈
갈등은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한다. 뉴스 속에는 국가 간, 지역 간, 구성원 간의 분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구들 사이에도, 가족 간에도 다툼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이런 갈등을 ‘언제나’ 평화롭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지난 8월,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개최된 테드TEDxBorrowdale(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TED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만들어졌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짐바브웨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세계와 함께 나누면서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
학생들을 위한 실제 경험의 문, 인턴 제도필자의 회사에는 인턴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대학생들이 2개월 혹은 6개월 동안 회사에서 일 경험을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사회 경험을 쌓고 취업 전에 실제로 일을 해보게 되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매우 능숙하게 작업을 수행해낸다.(*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 통상적으로 1980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삶에 디지털화는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김상운 작가의 《왓칭》에 이런 사례가 나온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거 교수는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1979년에 특별한 실험을 했다. 미국 햄프셔 주의 한적한 마을을 20년 전처럼 꾸며 놓고 노인들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 것이다. TV도, 신문도, 대화도, 소품들도 모두 1959년 당시의 인테리어로 해놓았다. 일주일간의 실험을 마친 뒤 의사들이 참여한 노인들의 몸을 검진했는데, 매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손가락 길이가 확연하게 길어져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검진을 맡
뜨거운 태양으로 굳게 닫았던 창문을 조금씩 열고 싶어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 창窓을 몇 번이나 바라볼까?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며 한 번, 오늘 날씨를 살피며 또 한번, 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무심코 창문 너머를 바라보기도 한다. 사색에 잠길 때도, 예쁜 노을을 감상할 때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문을 자꾸 응시한다.이번에는 창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를 소개하고자 한다. 앙리 마티스는 순수하고도 강렬한 색조, 단순한
어떤 사람의 겉과 속이 많이 다를 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이중인격자라고 부른다. 이중인격에 관하여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19세기 말 영국의 스티븐슨이 쓴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있다.소설에 등장하는 지킬 박사는 나이가 지긋한 점잖은 신사고, 하이드는 흉측한 외모를 가진 젊은 남자다. 변호사 어터슨은 친구인 지킬 박사로부터 ‘자신이 죽거나 행방불명되면 모든 재산을 하이드라는 남자에게 상속하라.’는 유언장을 기탁받는다. 그 후 어터슨은 하이드의 과격하고 이상한 행동에 대해 듣고 그가 산다는 곳 근처에서 숨어 기다리다 그를 보
진회색 구름이 빠르게 동쪽으로 흘러간다. 조금 더 높이 있는 흰 구름은 누가 붙잡고 있는지 제자리에 서 있고, 그 위에는 파랗고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특별할 것 없었던 도시의 건물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운치가 있다. 살갗을 태울 것 같은 태양도 그리 뜨거워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을 하여 창문의 버티컬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니 바로 눈앞에 들어온 풍경이다. 아직 더위가 남아 있지만 그래도 긴 여름이 끝나간다.큰아이가 방학 때 집에 와서 석 달 동안 동생들과 같이 보냈다. 세 녀석들이 한 세트가 되어 움직이는 걸
성경에 ‘요셉’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아주 오래 전 고대 이집트 시대에 살았던 사람으로, 그의 아버지는 야곱이고 어머니는 라헬이었다. 야곱은 맏아들인 형 에서가 받을 축복을 가로챘으며, 그로 인하여 형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가나안 땅에 있던 집을 떠나 밧단 아람(메소포타미아 북부, 현재의 터키 중남부 지역)에 있는 외삼촌 라반에게로 간다.야곱이 사랑한 라헬야곱의 외삼촌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첫째 딸의 이름은 레아, 둘째 딸의 이름은 라헬이었다. 언니인 레아는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동생 라헬은 곱고 아름다워서 남
오랫동안 필자는 교직에 몸담아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사로서의 열정과 능력의 한계를 강하게 느꼈다. ‘아! 교육이라는 것이 절대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그런데 ‘나로서는 안된다.’는 그 한계의 깨달음이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번에는 필자가 경험한 교단일기를 재구성해서, 최근 이슈가 된 학생 인권과 교권 대립에 대한 문제를 ‘교육가족’의 관점에서 살펴본다.언제부터인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약 10여 년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교육가족’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
김정선 작가는 자신이 펴낸《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면 공연한 걸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교정‧교열 전문가인 김 작가는 김훈의 소설에서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같은 접속부사가 얼마나 쓰였는지, 혹은 보조사 ‘은, 는’과 주격 조사 ‘이, 가’ 중 ‘이, 가’가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세어본다. 그에 따르면 접속부사 ‘그러나’가《남한산성》에는 딱 한 번, 《흑산》에는 열다섯 번 나온다.김정선 작가는 접속부사는 말이라기보다는 말과 말을 이어 붙이거나 말의 방향을 트는 데 쓰는 도구
작년 봄,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이면 나는 습관처럼 노트를 폈고, 그 위에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해갔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왜 자꾸 마음이 잡히지 않고 배회하는지를. 1년 가까이 끝나지 않던 자문자답을 이어오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바쁜 회사생활을 하며 이런 치열한 고민을 지속해오면서 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7년째 쉬지 않고 일했으니 이 시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녕하세요. 키 작은 산악인 김미곤입니다. 강연을 들으러 오신 분들 중에 키 큰 분들이 많아서 무대에 선 제가 더 작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사람도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완등完登하고 왔습니다. 처음 히말라야를 다니기 시작한 1998년부터 2018년 7월까지 20년 동안 저는 8,000m가 넘는 14좌를 등정했습니다. 이 기록이 세계에서는 40번째, 우리나라에서는 6번째라고 합니다. 등정 기록을 하는 분들이 말해줘서 알았습니다. 저는 단지 산을 오르는 등반가여서 기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산에만 다닙니다.(
어떤 물체가 실제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보이는 현상을 가리켜 신기루라고 한다. 신기루 중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사막의 오아시스가 있다. 바닥 면과 대기의 온도 차이가 큰 곳에서 주로 신기루가 나타나는데, 사막은 표면의 공기는 뜨겁지만 위쪽 공기는 차가워 빛이 굴절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막을 통과해야만 목적지에 이를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사막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 사막을 숱하게 오간 인도자를 따라야 했다. 사막을 걷기 시작해 며칠 뒤에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