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전기나 수돗물을 아껴 써야 하고, 돈도 아껴 써야 하고, 시간도 아껴 써야 한다. 한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고갈되고 있다- 더 생산이 안되는 것들은 정말 아껴 써야 한다. 우리가 아껴 써야 할 것들 중의 하나가 시간일 것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이 조금은 차이가 있고 때로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삶을 일찍 마치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삶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벌써 1년 전의 일이 되었다. 두 해 만에 나와 아버지의 ‘부자 상봉’이 이루어졌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선교하는 나와 한국에서 목회를 하시는 아버지. 우리는 먼 거리를 날아와,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기독교 세미나에서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행사 첫날엔 참가자도 많고 일정도 빠듯했던 터라 먼발치에서 아버지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마다 유독 아버지가 메고 다니시는 가방이 커 보였다. 둘째 날 오후 즈음, 잠깐 쉬는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겨우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아버지, 무겁게 뭘 이렇게 갖고 다니시는 거예요
‘잉어빵’을 보며 떠올리는 도전의 가치아침저녁으로 찬 공기가 옷자락을 파고드는 11월이다. 군고구마, 호빵, 귤, 어묵 등 겨울 간식이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겨울 간식 중 잉어빵을 즐겨 먹는다. 잉어빵은 단순히 맛난 먹거리를 넘어, 한계와 틀을 깨고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한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1999년 한 식품회사에서 출시한 잉어빵은 붕어빵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밀가루 반죽으로 구웠기에 식으면 눅눅해지고 들러붙는 붕어빵에 비해, 찹쌀가루와 버터를 반죽에 넣어 구운 잉어빵은 식어도 바삭한 식감이
예전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학습법이 있다.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가 쓴 라는 책에 나온 ‘느림보 학습법’이다. 당시 혁신적인 육아 관점을 보여준 이 책은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해주었다.나도 그런 면에서 저자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학부모님들과 상담할 때 이 책의 내용을 자주 언급했다. 평소에 ‘우리 아이가 뒤처지고 있지않을까?’ 근심했던 부모님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촘촘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은 유독 ‘교류’가 많은 한 해였습니다. 직접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수많은 행사와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투머로우는 끊임없이 교류를 이어가는 사람의 속성이 궁금해 역사 속 교역의 발전부터 전 세계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그리고 삶을 바꾸는 사람간의 ‘교류’를 찾아보았습니다. 교류, 주고받는 기쁨 - ① 모든 교류를 총망라하는 존재, 인간생물학에서는 지구 위의 생물을 크게 식물과 동물로 나눈다. 그렇게 분류하는 가장 큰 기준은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어떻게 얻느냐
‘마음의 고수’ 조조는 어떻게 과일도둑을 잡았나?삼국지의 주인공 중 조조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감각이 남달랐다. 그의 저택 정원에는 비파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열매 맛이 독특해 조조가 심히 아꼈다. 한가할 때면 비파 열매를 세어보는 것이 조조의 낙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깜짝 놀랄 사건이 벌어졌다. 비파 열매 두 개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비파에 누가 감히 손을 댄단 말인가!’ 이를 틀림없이 내부, 그것도 가족이나 측근이 아니라 아랫사람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조조는 범인을 잡을 기막힌
올해 나는 사랑스러운 둘째 딸을 낳았다. 내가 몸조리하는 동안, 친정엄마에게 첫째 아들을 부탁드렸다. 얼마 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여보세요?”“지영아! 다른 애들은 야채, 고기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데, 예성이는 왜 이렇게 밥을 안 먹냐? 애가 너무 말랐어. 키도 작고. 네가 식습관을 잘못 잡은 것 아니야? 어릴 때 고기 이유식을 잘 안 만들어줘서 그런 거지? 예성이 보다가 내가 진이 빠지겠다….” 한참 동안 같은 내용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일었다. ‘나도 몸이 안 좋은데, 엄마는 꼭 나한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천재적 자질을 보이는 자폐인 우영우로 인해 자폐아와 그 가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폐 중에 천재인 경우는 1%에 불과하며 현실의 가정은 드라마 상황과 많이 다르다. 이 글을 쓴 민섭 엄마도 아들의 병명조차 몰라 애태운 시절이 있었고 불치병 판정을 받으면서 한때 절망하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두고 엄마는 힘들지만 위대한 걸음을 내딛는다. 우리 아이는 정상이라는 믿음을 실제 삶에 구현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아들이 원래 정상아인데 지금 자폐아처럼 행동한다고 본 그
책과 멘토를 지혜의 원천으로 삼은 조조삼국지 속 영웅들 중에는 남다른 지혜나 능력을 타고난 준걸俊傑들이 적잖다.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진정한 지혜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쓰는 게 합당한지 일깨워준다. 제후들 중에서는 조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는 어려서부터 머리가 비범한 데다, 끊임없는 공부가 더해져 완성된 ‘노력형 천재’라 할 만하다. 적인 오吳나라의 손권도 부하들에게 “조조는 나이 들어서도 책 읽기를 좋아한다”며, 그를 본보기 삼아 열심히 공부하라고 권할 정도였다. 당시로서는 필독서였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1989년, 오리온 초코파이는 우리에게 정情이라는 컨셉을 담은 CM송을 선보였습니다.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자신있게 외치던 초코파이 광고는 23년 만에 정 반대의 내용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정情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 광고의 문구가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문구 그대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를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세
삼국지를 알면 고사성어가 보인다우리는 살면서 고사성어를 자주 접합니다. 고사성어故事成語란, 말 그대로 옛날에 벌어진 일, 특히 중국에서 있었던 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말이 오랫동안 널리 쓰이면서 관용어로 굳어진 것입니다. 간결하면서도 오히려 분명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고사성어가 지닌 장점일 것입니다.고사성어 중에는 도원결의桃園結義, 백미白眉, 계륵鷄肋, 괄목상대刮目相對 등 삼국지에서 유래한 것들도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고사성어가 삼고초려三顧草廬인 것 같습니다. ‘예의와 정
2018년 9월, 아이를 출산한 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업주부와 엄마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나는 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기에 내 아이를 키우는 일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생명을 키우는 가장 값진 일을 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초보 엄마로서 마주치는 돌발 상황, 체력 고갈 등으로 인한 육체적 힘듦과 이전에 누렸던 자유가 사라진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어두웠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갔던 도서관에서
통쾌함과 의욕, 삶의 교훈까지 주는 삼국지 속 전쟁 이야기‘삼국지’에는 전쟁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하고많은 전쟁들은 단순히 병력의 많고 적음에 결판이 나지 않습니다. 보잘것없는 전력戰力이지만, 이를 규합하고 힘과 마음을 모아 강적들을 쳐부순 싸움들을 ‘삼국지’에서는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갈량의 데뷔전이자 유비군 3천이 조조군 10만을 물리친 ‘박망파 전투’, 조조가 특유의 속전속결 전법과 치밀한 용병술로 원소의 10만 대군을 무찌른 ‘관도대전’, 삼국시대 가장 유명한 싸움인 ‘적벽대전’ 등이 그것입니다
얼마 전 ‘소철’을 그렸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우리 가족이 시어머님 집에서 함께 살던 때가 떠올라서였다. 어머님은 평소에도 화초를 좋아하셔서 볕 잘 드는 베란다엔 무슨 꽃인지도 모를 꽃들이 늘 피어있곤 하였다. 그중 제일 오래되고, 큰 화분이 있었는데 그것이 소철이었다. 어머님은 아버님이 은퇴하시며 회사에서 가지고 오신 화분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찬바람이 불던 어느 겨울, 나는 소철을 거실로 들여놓았는데 웬걸, 잎이 시들시들 누레지더니 심지어 다 말라버리고 말았다. ‘큰일이다’ 싶어 안절부절못하던 나에게 어머님은
왜 ‘삼국지’일까?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이나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심지어 책 자체를 멀리하는 사람도 ‘삼국지’가 책 이름인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네이버 책’에서 삼국지를 검색하면 2022년 4월 20일 기준 8,644종의 도서가 나올 정도다. ‘삼국지’는 그만큼 유명하고 오랫동안 널리 읽히며 연구되어 온 책이다.사실 삼국지는 단지 책으로만 유명한 건 아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씨는 ‘삼국지만큼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의미가 풍부해지고, 이야기가 더욱 다채로워지며, 삶의 의미를 더욱 영원하게 만든 이야기는 없다’고 말한
예전에는 가족으로부터 오는 행복을 자기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족들이 각자 어디서 생활하든지 서로 그리워하고 연락하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었다. 휴대전화기가 없던 시절, 귀가하는 길에 공중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동전을 갖고 다녔다. 자식은 부모님의 삶의 목적이고, 부모님의 평안은 자식에게 편안한 사회생활을 영위케 하는 힘이었다. 그래서 가족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경아는 마음이 참 따뜻한 여학생이다. 선교사이신 아버지를 따라 3살 때부터 아프리카 베냉에서 자랐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까지 대가족을 이루며 다 같이 살았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외하고 말이다. 6살 때까지, 나는 아버지는 미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 누가 “아버지는 어디 계시니?”라고 물어보면, “미국에 계세요.”라고 답했다.어느 날이었다.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온 가족이 모여 “언제까지 효상이한테 아버지가 미국에 가 있다고 할거냐?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이야기해줘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나를 보러 오지 않는 아버지가
인터넷 미디어가 발달한 이 시대에 프로 선수들의 팬 서비스는 운동 실력 이상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팬 서비스는 자신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해주는 이들에게 화답하는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데, 주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거나 경기 후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어린이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선수와 시선을 맞추고 사인을 받은 ‘그 일’이 평생의 추억이 되고, 꿈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나는 시간을 내 운동장에 찾아가서 축구 경기를 본 적은 없다. TV로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정도인 평범한 팬이다.
3년 전, 나와 남편은 평생 사랑할 것을 약속하며 부부가 되었다. 이후, 소중한 두 아이가 태어났고 그렇게 단란한 가정이 꾸려졌다. 우리는 종종 불협화음이 나는 초보 부부이자, 아직 서툰 것이 많은 초보 부모이다. 그래서 서로를 품어주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다. 좌충우돌 우리 가족 성장기의 일부를 공유한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돌아와 우리 네 식구가 집에서 처음 만나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우리 네 명이 이렇게 가족이 되는구나…’라는 설렘으로 가슴이
‘피지 못하는 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저는 결국 피어날 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꽃은 피어나도록 창조되었잖아요. 그런데 어딘가에 가로막혀 햇빛을 받지 못하거나, 비를 맞지 못해서 피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 가림막이 걷히면, 결국 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또래답지 않게 통찰력 있는 답변을 명확하게 해주는 대학생 이원서 씨. 이번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나는 지금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이다. 취업을 앞둔 시기인 만큼, 분초를 다투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꼭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