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채용의 계절이다. 하반기 채용 공고는 보통 9월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가 모여들고, 그중 일부만 서류합격 안내를 받는다. 10월 인적성 검사와 면접, 11월 최종 면접을 지나 합격자 발표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가을만큼 간절한 계절이 있을까.최종 합격이라는 거대한 기쁨을 누리면서 회사원이 된 이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작년 말 국내 상장기업 3년차 이내 사원급 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해봤다.”고 답한 이들은 83
고등학생 시절, 일주일에 한 번씩 ‘독서’ 수업이 있었다. 그 시간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주로 한국 단편소설 모음집을 읽었다. 1학년 봄으로 기억한다. 독서 시간에 펼친 책에 이상의 《날개》가 실려 있었다. 전에 읽었던 《부활》이나 《죄와 벌》 같은 스케일이 큰 장편소설에 비해 내용이 생소해서, 친구 다섯이 방과 후에 따로 모여서 읽고 난 소감들을 열띠게 주고받았다.소설 《날개》는 살아 있지만 죽은 자처럼 지내는 주인공이 날개를 펴고 날아보려는 욕구를 느끼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짧은 소설은 서두에서 이렇게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부터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해오고 있다. 적용 후 10년 동안 교육현장에 쌓인 피드백과 노하우가 많을 것이다. 모든 나라가 고심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과연 새로운 인성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객관적 입장에서 들여다 보자.위기는 곧 기회이다학창 시절, 지루한 역사 시간에 귀가 쫑긋 집중되었던 부분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라는 내용이었다. 직지심체요절, 거북선 등에 대해 수업을 할 때면 자부심으로 가득 차 암기마저 술술 잘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14년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멕시코 남서부 오악카사 주에 있는 ‘라 에스코빌라 해변La Escobilla Beach’에는 알을 낳으려고 찾아오는 바다거북이 약 200만 마리에 이른다. 바다거북이 산란하는 25km의 긴 해변은 생태학적으로 볼 때 멕시코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들은 보통 7~8km 되는 면적에 ‘둥지 터’를 만든다. 7종의 바다거북 중에서도 등딱지가 올리브색인 ‘올리브각시거북Lepidochelys Olivacea’은 크기가 작고 몸무게는 50kg 안팎이다. 이들은 산란기가 되면 1천여 마리씩 거대한 떼를 지어 해변으로 몰
기다림이 상실된 시대아는 밥집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해서 일부러 들렀다. 고흥 앞 바다가 고향인 주인 부부가 한 상 차려오며 말한다.“이건 살이 한창 오른 삼치로 묵은지 찜을 한 거고, 요건 봄에 지리산 취나물을 말렸다가 들기름에 무친 거고요. 저건 갯바위에서 딴 고동을 삶아 알맹이로만 초무침을 한 거예요. 제가 담근 된장으로 끓인 찌개도 맛보세요.”이 반찬들이 그릇에 담기기까지 자연이 키운 시간과 사람이 들인 정성을 헤아리면 입에 넣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우리의 전통 식재료는 때를 기다려야 밥상에 오를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식
가끔 자녀를 감당하지 못해서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저를 찾아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저를 만나러 온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학생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내가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대꾸하는 말이 총알처럼 튀어나왔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보통 사람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좋아 보였습니다.내가 싱긋 웃자, 학생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그 어머니의 걱정 가운데 하나가, 아들이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더 이상 학교에 안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 학생에게 물었습니다.“왜
고시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오전 공부를 마치고 점심에 시간이 남으면 습관적으로 고시촌에 있는 서점에 갔다. 고시생들에게 가장 유명한 월간 잡지 두 종이 있었고, 거기에는 매달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분의 글 한 편과 특이한 과정을 통해 합격한 분의 글 한 편이 각각 실려 있었다. 합격기의 제목과 내용도 여러 가지였다. 마치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말할 법한 ‘제 힘을 다하였나이다’, 학교 급훈으로 자주 봤던 ‘하면 되고 안하면 안된다’, 남이 한 고생에 비하면 자신은 별 것 아니라는 식의 ‘남은 나보다 더 심하
대학생 때 들었던 강연 중 아직도 기억에 크게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진로 선택을 위해 ‘내 적성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나는 도움이 될 듯한 강연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당시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기업 대표가 진로와 적성에 대해 강연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가지고 참석했다. 어떻게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잘 맞는 진로를 선택했는지 비법을 듣고 싶었다. 그날 강연의 핵심은 이랬다.진로를 어떻게 선택했는지의 질문에는 “어쩌다 보니 이 분야로 발을 들이게 됐고, 또 어쩌
사고하지 않고 사는 오늘날 풍경‘아침에 눈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열어 카카오톡 메시지와 뉴스를 확인한다.’ 요즘의 익숙한 일상 풍경이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 웹툰,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에 몰두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장면 역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몰입하여 걷는 모습이 ‘좀비’ 같다고 해서 영미권에서는 ‘스몸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람들은 보행이나 운행할 때만 아니라,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침대 위에서
일제강점기인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번안소설 《장한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여주인공 심순애는 부모를 잃은 고학생 이수일과 결혼하기로 약속하지만, 갑부의 아들 김중배의 재력財力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심순애는 이수일과의 약혼을 깨고 돈 많은 김중배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잘못을 뉘우치는 심순애를 이수일은 차갑게 뿌리치고, 고민하던 심순애는 대동강에 투신하지만 이수일의 친구에 의해 구조된다. 그 후로도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마침내 두 사람은 마음의 앙금을 털어내고 재회한다.소설이나 연극의 줄거
메릴랜드에서 워싱턴D.C.로 넘어가는 고속도로에서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대신, 편안해 보이는 높이에 노란색 파스텔 풍 건물들이 강과 호수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이 배경인지, 자연이 배경인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도시 근교에 짧게 머물 예정이라서 이 아름다운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1941년 12월 7일 새벽 6시,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하와이의 진주만을 습격하였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던 미국
어릴 때 저는 대자연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일곱 살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는데, 피난을 갔다 와서 보니 학교가 불타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공부를 할 수 없어 칠판을 들고 다니면서 나무 밑이나 다리 밑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공부도 자연 속에서 했습니다.학교 수업은 오전에 다 마쳤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동생과 함께 자연 교실로 갔습니다. 주로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물고기 잡는 어부였다가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물고기를 많이 잡아 복음 전도자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물고
갈등은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한다. 뉴스 속에는 국가 간, 지역 간, 구성원 간의 분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구들 사이에도, 가족 간에도 다툼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이런 갈등을 ‘언제나’ 평화롭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지난 8월,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개최된 테드TEDxBorrowdale(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TED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만들어졌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짐바브웨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세계와 함께 나누면서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
학생들을 위한 실제 경험의 문, 인턴 제도필자의 회사에는 인턴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대학생들이 2개월 혹은 6개월 동안 회사에서 일 경험을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사회 경험을 쌓고 취업 전에 실제로 일을 해보게 되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매우 능숙하게 작업을 수행해낸다.(*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 통상적으로 1980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삶에 디지털화는
어떤 사람의 겉과 속이 많이 다를 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이중인격자라고 부른다. 이중인격에 관하여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19세기 말 영국의 스티븐슨이 쓴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있다.소설에 등장하는 지킬 박사는 나이가 지긋한 점잖은 신사고, 하이드는 흉측한 외모를 가진 젊은 남자다. 변호사 어터슨은 친구인 지킬 박사로부터 ‘자신이 죽거나 행방불명되면 모든 재산을 하이드라는 남자에게 상속하라.’는 유언장을 기탁받는다. 그 후 어터슨은 하이드의 과격하고 이상한 행동에 대해 듣고 그가 산다는 곳 근처에서 숨어 기다리다 그를 보
진회색 구름이 빠르게 동쪽으로 흘러간다. 조금 더 높이 있는 흰 구름은 누가 붙잡고 있는지 제자리에 서 있고, 그 위에는 파랗고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특별할 것 없었던 도시의 건물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운치가 있다. 살갗을 태울 것 같은 태양도 그리 뜨거워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을 하여 창문의 버티컬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니 바로 눈앞에 들어온 풍경이다. 아직 더위가 남아 있지만 그래도 긴 여름이 끝나간다.큰아이가 방학 때 집에 와서 석 달 동안 동생들과 같이 보냈다. 세 녀석들이 한 세트가 되어 움직이는 걸
성경에 ‘요셉’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아주 오래 전 고대 이집트 시대에 살았던 사람으로, 그의 아버지는 야곱이고 어머니는 라헬이었다. 야곱은 맏아들인 형 에서가 받을 축복을 가로챘으며, 그로 인하여 형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가나안 땅에 있던 집을 떠나 밧단 아람(메소포타미아 북부, 현재의 터키 중남부 지역)에 있는 외삼촌 라반에게로 간다.야곱이 사랑한 라헬야곱의 외삼촌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첫째 딸의 이름은 레아, 둘째 딸의 이름은 라헬이었다. 언니인 레아는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동생 라헬은 곱고 아름다워서 남
오랫동안 필자는 교직에 몸담아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사로서의 열정과 능력의 한계를 강하게 느꼈다. ‘아! 교육이라는 것이 절대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그런데 ‘나로서는 안된다.’는 그 한계의 깨달음이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번에는 필자가 경험한 교단일기를 재구성해서, 최근 이슈가 된 학생 인권과 교권 대립에 대한 문제를 ‘교육가족’의 관점에서 살펴본다.언제부터인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약 10여 년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교육가족’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
작년 봄,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이면 나는 습관처럼 노트를 폈고, 그 위에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해갔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왜 자꾸 마음이 잡히지 않고 배회하는지를. 1년 가까이 끝나지 않던 자문자답을 이어오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바쁜 회사생활을 하며 이런 치열한 고민을 지속해오면서 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7년째 쉬지 않고 일했으니 이 시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녕하세요. 키 작은 산악인 김미곤입니다. 강연을 들으러 오신 분들 중에 키 큰 분들이 많아서 무대에 선 제가 더 작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사람도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완등完登하고 왔습니다. 처음 히말라야를 다니기 시작한 1998년부터 2018년 7월까지 20년 동안 저는 8,000m가 넘는 14좌를 등정했습니다. 이 기록이 세계에서는 40번째, 우리나라에서는 6번째라고 합니다. 등정 기록을 하는 분들이 말해줘서 알았습니다. 저는 단지 산을 오르는 등반가여서 기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산에만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