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에 이스라엘로 가는데 직항 노선이 없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무려 17시간을 기다렸다가 환승을 해야 했다. 마침 그 나라에 사는 지인이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일지라도 아디스아바바 시내 구경도 하고 유명한 에티오피아 커피도 한 잔 하라고 해서 공항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는 한국인이라면 아디스아바바에서 꼭 보고 가야 할 곳이 있다며 나를 먼저 거기로 안내했다. 그곳은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탑이었다. 나는 그 기념탑 앞에서 눈물 나게 고맙고, 너무 미안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강뉴부대원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일 때엔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다가, 얼마 전부터 시내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버스정류장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달라져 있었고, 늘 다니던 길도 눈높이가 높은 버스에서 바라보니 승용차에서 볼 수 없었던 도시 풍경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속에는 도심을 안전하고 경쾌하게 해주는 디자인들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Public Design길을 걷다보면 예전과 달라진 시설물들이 보인다. 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첨단 서비스가 더해진 정류장, 인도에 가지런히 놓인 푸른 식물들, 허름했던
1888년, 프랑스의 한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죽음의 상인이 사망하다.”“사람을 더 많이 더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인물….”다름 아닌,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부고訃告를 알리는 기사였다. 하지만 이때 노벨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그의 형 루드비그 노벨의 죽음을, 한 신문사가 알프레드 노벨의 죽음으로 착각하여 오보報誤를 냈는데, 이 기사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노벨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단 폄하했다. 노벨은 그 부고 기사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죄책감을 덜기 위해 노벨상
익히 들어온 이스라엘 성지순례. 예수님의 생애를 곳곳에서 돌아볼 수 있고, 오랜 세월 침략과 쟁탈로 점철된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는 유대인의 나라.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그곳을 다녀왔다. 직접 가서 본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낙후된 부분들이 많았다.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정돈되지 않은 거리의 모습이, 이곳 이스라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사막과 험준한 골짜기로 이뤄진 척박한 땅이면서도, 호수와 바다도 있어 오아시스 같은 낙원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막화로 빛바랜 식물들, 오직 돌로만 쌓아 만든 연
인도에서 돌아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몸은 한국에 와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인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서울 도심을 다닐 때면 사람을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태우고 차 문은 절대 닫지 않는 인도 기차가, 철판을 덕지덕지 붙인 인도의 고물 버스가 떠오른다.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인도의 냄새와 분위기도 느껴지는 듯하다.나는 16살에 인도 뭄바이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6년간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대학은 한국에서 가기로 정해 다시 인도 생활을 정리했다. 인도는 내게 ‘영어’와 ‘학교 졸업
한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해수욕이다. 뜨거운 모래사장과 출렁대는 바닷물을 오가며 해수욕을 즐기다 보면 무더위도 멀리 달아나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철에 푸른 산보다 바다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피서객들이 돌아간 뒤의 바다는 쓰레기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최근에 지구 환경문제를 논하면서 해양 쓰레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많다. 미국의 비영리 NGO인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이 2020년에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연간 약 1,100만 톤이라고 한다.
2003년 12월 9일,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생전 처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 나이 열네 살이었다. 목적지는 아프리카였는데, 마치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아프리카는 만화 라이온 킹에서 봤던 세렝게티 초원과 동물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노는 정글의 왕 타잔이 전부였기 때문에 ‘나도 타잔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나이지리아로 떠났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매연으로 가득 찬 뿌연 하늘은 내가 상상한 초원이나 정글과는
엥흐마는 몽골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17살 소녀다. 2년 전, 엥흐마는 배구선수로 활동하던 중 발에 이상한 궤양이 생겨 병원을 찾았는데 불치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운동화를 신을 수 없을 만큼 궤양이 심해져 결국 배구도 그만 두었다. 그 후 엥흐마는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지내다 몽골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져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됐다. 집에만 있던 엥흐마는 페이스북에서 ‘코리안 캠프’ 소식을 접했다. K-POP 댄스 배우기, 한국어 교실, 그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석했다. 캠
굿뉴스코 미얀마 지부에서는 미얀마 학생들을 위해 2008년, 음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진달래 합창단”을 창단했다. 현재 진달래 합창단은 합창단원 40명, 오케스트라 3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얀마에서 가장 크고 실력있는 합창단으로 성장했다.“저희들 각자는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실패를 하고, 가출을 하고, 마약을 하며 꿈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황은 미얀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하는 음악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 우리가 음악으로 행복을 맛보고
미얀마의 황금빛 탑을 볼 때면 황홀하기까지 하지만, 실제 미얀마는 빈부격차가 굉장히 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전기가 자주 끊겨서 어둠 속에서 지내기 일쑤고, 물 부족으로 다른 사람들이 쓸 물을 생각해 아껴 써야 한다. 한국에선 스위치만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수도꼭지만 열면 물을 사용할 수 있기에 처음엔 이런 환경에 적응이 안됐다. 기본적인 게 부족하다 보니, 내 것을 손해보고 싶지 않아 예민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더
#School저는 7살부터 미얀마에 살았어요. 우리나라 말도 서툴게 하던 때라, 미얀마 말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요. 이듬해에 현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미얀마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전혀 따라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미얀마 친구들이 제 가방에서 수업에 맞는 책을 꺼내주고, 어디를 공부하는지 책을 펴주었어요.수업 시간 내내 저를 살뜰히 살펴주고, 수업이 끝나면 숙제를 시켰지요. “이렇게 적어라.” “저렇게 말해라.” 등등 눈높이 수업을 해주었어요. 우리 부모님은 그 친구들이 고마워서 집에 자주 초대해 음식을 해주셨는데, 친구들이 올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을 알게 됐고, 필리핀으로 봉사를 다녀왔다. 1년 동안 필리핀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처음 배운 ‘마음의 세계’는 신선했다. 지금은 내가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는 굿뉴스코 미얀마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미얀마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토바이를 갓 배워 운전이 많이 서툴고 날까지 저물어가고 있어서 겁이 덜컥 났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속도를 내서 부지런히 가는데, 신호가 바뀐 것을 보지 못해 앞차와 부딪히고 말았다. 미얀마 말
“센 베노. 센 베노.”‘이게 무슨 말이지?’“센 베노”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센베이 과자가 생각났다. ‘센 베노’라는 말은 “안녕하세요?”라는 몽골 인사다.2019년 5월, 나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남편 직장을 따라 몽골에 왔다. 몽골에 와서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르촌, 그곳에는 수도가 들어오지 않기에 20리터 통에 물을 나르는 아이들, 낡은 버스에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타고 가는 많은 사람들….한번은 오래 기다려서 버스를 탔는데, 10살쯤 되어 보이
“언제 밥 한번 먹자”친구들끼리 흔히 쓰는 인사말이다. 한국에선 밥을 함께 먹는 다는 건 또 하나의 만남, 인연을 뜻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도 나에게 ‘밥’의 의미는 특별했다.1년간 탄자니아에서 지내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필라우Pilau’였다. 이 음식은 손님이 오거나, 생일, 축제 등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다. 양파와 고기 그리고 갖가지 향신료가 어우러진 것으로, 한국 음식 중에선 볶음밥에 가깝다.내가 필라우를 좋아하게 된 건 내 친구 캐시 때문이다. 하루는 캐시네 구멍가게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저녁시간이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 아이들을 만나 인사했다.“Halo~!” 무더운 날씨에 땀을 식히기 위해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놀던 아이들이 동양인을 처음 본 것처럼 신기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바누아투에서는 복잡한 것이 없다. 배가 고프면 길에서 자라는 파파야를 따먹고, 더우면 바닷물로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적대감 없이 언제나 환영하며 먼저 인사하고 친절하게 상대방을 대하며, 돈이 없어도 불평과 불만을 갖지 않는다. 바누아투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행복하게
‘빨리빨리’ 한국에서 ‘심플, 슬로, 미니멀’ 같은, 실용적이면서도 소박하고 절제된 미를 추구하는 북유럽 감성이 유행하고 있다. 북유럽에서도 가장 친근한 핀란드에서, 더디 살지만 알차게 사는 핀란드인의 일상속 숨은 매력을 찾아보자.여유 속 열정핀란드는 나라 전체가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무엇에 쫓기거나 허둥거리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고요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며 살아온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흥미롭다.#한적한_여유로움이_있는_나라 #조용조용 #진정한_용기 #가족애유학생이 말하는, ‘핀란드의 첫인상은 이랬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톱을 달리는 유튜버 나동현 씨는 본명보다 ‘대도서관’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대도서관은 시뮬레이션게임 ‘문명 시리즈’에 등장하는 건축물로, 정식명칭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의 건설 여부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중 요한 건축물이다.그렇다면 실제 역사 속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어떤 곳이었을까? 동양권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서양권에서는 지금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지혜의 아이콘이자 인류 문명의 보고寶庫로 여긴다. 기원전 331년, 동서양을 아우른 정복자였던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 대
몇 달 전 파나마 운하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간다’고 생각하니 흥분되고 설레었다. 직접 본 파나마 운하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1914년에 총 길이 82킬로미터, 폭 33.53미터로 완공된 이 운하는 당대 최고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폭 28미터)도 지나갈 수 있다고 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2016년에는 한 차례 대규모 확장공사를 거쳐 폭이 55미터로 늘어나면서 더 많은 배들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인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16세기
습한 여름더위로 푹푹 찌는 대한민국의 7월 이 시각. 다른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해외봉사자들이 보고 느낀 대만. 볼리비아. 뉴질랜드. 러시아. 일본의 7월을 공개합니다! 강력한 더위가 등장했다. 한국의 여름은 잊어라. 수도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중정기념당 자유광장. 후덥지근한 날 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자유광장을 활보하고 있었다. 무더위를 각오하고 대 만으로 온 우리들. 날씨 때문에 생활에 불편한 점은 있지만, 정신없이 봉사 활동할 때만큼은 신기하게 더위도 싹 잊는다. 더위야 덤벼라!#키워드로 살펴보는
키리바시를 흠뻑 느끼고 돌아온 봉사단원들. 키리바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에 대해 소개한다.BEST1 찍기만 하면 모두 작품 키리바시의 수도인 타라와 섬은 말굽처럼 생겼는데, 안쪽은 얕고 에메랄드빛 바다인 라군 Lagoon이고 바깥쪽은 깊고 검푸른 대양 Ocean이다. 키리바시에 처음 도착한 날, 공항에서 봉사단 센터까지 차를 타고 가면서 본 라군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국과 달리 교차로 하나 없이 길게 이어진 직진 도로. 그 양쪽으로 펼쳐진 초가집들과 자연,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