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얼마나 듣고 살까?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관심 있는 이야기는 좀 더 크게 듣고,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듣지 않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같은 이야기를 다섯 번 듣는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서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면 또 어떨까? 더구나 믿어지지 않고 황당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이 똑같이 이야기한다면, 이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남편 하브 제마크가 쓰고 아내 마고 제마크가 그림을 그린 동화 《어리석은 판사》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법정에서 똑같은 이야기로 호소하는 장
‘바람과 구름의 만남’. ‘풍운지회風雲之會’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 순간을 만드는 중요한 만남을 뜻한다. 박제가와 정조 임금의 만남이 그러했다. 재능은 뛰어났으나 서얼 출신에 울분이 많던 박제가, 정조라는 큰 어른을 만나 달려져 간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비운의 천재, 서얼 4인방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있었던 조선의 수재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이수였다. 소설 《홍길동전》의 홍길동처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다. 상속과 제사에서도 심한 차별을 받았으며 결정적으로 과거 응
‘밤하늘’을 무한대의 캔버스이자 콘텐츠들이 뛰어노는 무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연출 공간으로 바라보는 김주식 차장은 20년 경력의 불꽃 디자이너이다. 1초를 30개로 쪼개는 정밀한 작업으로 불꽃을 디자인하여 30분간 밤하늘을 수놓는다. 위험한 화약이라도 그의 손에 잡히면 감동을 주는 불꽃으로 변한다.한화 글로벌콘텐츠사업팀에 소속된 그가 연출하는 행사는 1년에 10건이 넘을 정도다. 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흥미로운 불꽃의 세계와 직업의 매력에 관해 물어 보았다.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안녕하세요. 제가 하는 불꽃
인천은 한 공간에 선사 유적에서 첨단도시까지 어우러져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과 같다. 특히 우리나라가 왕조 시대를 끝내고 근대 국가로 나아갈 때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였기에, 외세와 관련된 흥미진진하고 때론 슬프디 슬픈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꺼번에 둘러볼 수 없어, 오늘은 격동의 진폭이 가장 컸던 개항기 제물포의 대표적인 장소들을 찾아간다.취재하러 가는 여행은 기사를 써야 하기에 대충 보고 지나칠 수 없고 허투루 넘길 수도 없다. 마치 이번이 마지막 가는 기회인 양, 마음을 다잡고 출발한다. 하지만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4월은 정치적 희비가 엇갈리는 ‘뜨거운’ 달이다. 1919년 4월에 상하이와 한성에서 각각 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1960년엔 4.19 혁명이 있었다. 그리고 4년마다 4월이면 총선이 실시된다. 최근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의 여파 때문인지 독자 리뷰 중에 이승만 대통령 기사를 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젠 직접 뵐 수 없는 분이기에, 이화장梨花莊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며느리 조혜자 여사를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을 위한 잡지라는 소개에 흔쾌히 약속이 잡혔고, 정한 날에 종로구 이화
변산바람꽃은 복수초, 노루귀와 함께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입니다.전북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꽃말은 ‘기다림’입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을 알리기 위해돌 틈이나 낙엽 사이를 비집고 꽃을 피웠습니다.그 청순한 모습과 만나기 위해매년 이곳저곳 바람꽃 군락지들을 찾아갑니다.변산바람꽃을 보며 봄의 바람을 느낍니다.그토록 기다린 봄이 왔습니다.글과 사진 김성수출사出寫를 겸한 여행을 주로 하는 사진가.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전국영상인연합 창작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있다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의 마음가짐이다. 이번에는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부모, 직장에서의 상사 등 가르치고 이끄는 입장에 서는 사람들이 가르침을 받는 대상자들을 향해 꼭 가져야 할 필수적인 마음의 자세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 보려고 한다.예전에는 초등학교에 ‘봄방학’이 있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학사 일정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은 12월 말이나 1월 초에 학기를 모두 마친 뒤, 봄방학 없이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곧바로 3월부터 새 학기를 시작하는 운영 방식으
가까이에서 마음과 정을 나눈 사이, ‘친구’.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거장들에게도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옆에는 친구이자 경쟁자인 미켈란젤로가 있었고, 해바라기의 화가 고흐의 곁에는 그를 지지해 주는 동생 테오가 있었으며,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에게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있었다. 마네와 모네가 만나 미술사의 혁명 중 하나인 인상주의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세계적인 명화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미술사의 중요한 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화가의 친구들. 이번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물은 중심을 이룬다. 예로부터 강에 놓인 다리는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공공 건축물이었다. 떨어져 있는 두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강물 위에 길을 낸 다리. 그 위로 사람과 물건들이 오가며 경제와 문화가 꽃피고, 만남과 사랑도 계속되어 왔다. 우리 삶에 놀라운 혁신을 가져온 다리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재미나고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권혁천 건축가를 만나 ‘세계의 다리’에 관하여 묻고 들었다.건축물에서 ‘다리’는 어떤 의미와 역사를 갖나요.다리는 장애물로 단절된 공간, 건물, 지역을 연결해 소통을
드라마에서 우리는, 원하는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걷던 남자가 어느 날 가업을 이어가라는 아버지의 말에 원치 않지만 돌아서는 스토리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낙점 받은’ 대물림이 아닌 경우를 검색하다가 김경진 씨의 블로그를 만났다. 포스팅된 308개의 글에는, 냉이와 쑥 차이도 잘 모르던 부산 아가씨가 잘생긴 총각을 만나 포항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 일에서부터 농사엔 아마추어였지만 시부모님 하시던 일을 남편과 함께 십수 년째 해가고 있는 ‘또순이’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그들 부부와 연락이 닿았고, 포항 도심에서
하루 여행자를 위한 제안푸릇한 봄날을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의 2월은 어디를 가도 봄이라고 하기엔 좀 황량하다. 절기상 입춘과 우수를 넘긴 시점이라, 땅밑에서는 싹눈이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지만 코 끝 공기엔 아직 냉기가 남아 있다. 두 계절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이 시기에 산과 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풍경이다. 그럴 때엔 멀리 떠나는 것보다, 매번 같은 방법으로 다니던 같은 곳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여행이 어떨까? 경기도에서 양평과 더불어 당일치기 명소로 어깨를 견주는 파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가까운 지인이 파주에 살고 있어서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의 불안했던 삶중국 최초로 천하통일을 이룬 진시황. 그에게 부담스런 존재는 북쪽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흉노족이었다. 풍년이면 쳐들어와서 약탈을 일삼는 이들을 막아보려고 만리장성을 쌓았으나, 그는 외적의 침입만 두려워한 게 아니었다. 실용서를 제외한 사상서들을 모아 불사르고, 수백 명의 유생들을 생매장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까지 단행하였다. 왜 진시황은 이런 끔직한 사건을 저질렀을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책을 없애면 인간의 사상을 통제할 수 있고, 똑똑한 유생들을 제거하면 반역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3국 정상이 모여 합의한 ‘한미일 청년 서밋’ 개최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D.C.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 회담 성과를 말하면서 “세 나라의 청년 리더들이 함께 모여 글로벌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한미일 청년 서밋(정상회담)’이 신설된다.”고 했다. 매년 세 나라의 청년 리더들이 모여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올해 7월 초에 열릴 첫 개최지로 부산이 결정되었다.‘한미일 청년 서밋’은 국가정상들뿐 아니라 청년 리더들의 연대감도 구축해두겠다는 관
1억 850만 달러!상상 이상의 가격이 매겨졌다. 바로 지난 2023년 6월 27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오스트리아의 국민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애 마지막 작품, ‘부채를 든 여인’이 무려 1억 850만 달러, 한화로 약 1,408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는 유럽에서 경매된 예술 작품 중 최고 판매가이자 클림트 작품 중에서도 경매 최고가로 기록되었다.‘부채를 든 여인’을 보면, 금빛 바탕에 수 놓인 동양풍의 봉황, 학, 연꽃 문양 그리고 복잡한 무늬가 돋보이는 기모노 차림으로 화려한 부채를 손에 쥔 여성, 어깨선을 드러
오늘날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첨예한 대립과 싸움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들이 왜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 수 없는지 근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번 기사에서는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유대인의 역사를 조망해보았다. 이번엔 후속편으로, 1900년간 유랑 생활 속에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형성된 ‘시오니즘’이 무엇이며 중동전쟁 이후 계속된 갈등 상황에 대하여 알아본다.옛 조상의 땅, 팔레스타인에 나라를 세우자는 시오니즘 운동평화와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거룩한 땅 ‘예루살렘’은 아이러
많은 사람들은 대도시의 삶이 정답인 것처럼, 그곳의 훌륭한 인프라, 양질의 일자리, 좋은 교육 여건을 선호한다. 이는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 청년 인구가 이탈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한 경쟁에 지치고, 단절된 인간관계에 고립되어 가는 도시살이의 고충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여기, 지역을 무대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변화를 꿈꾸려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국 39개의 청년마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지역과 함께 상생, 발전하고 있다. 이중 ‘
1904년 프랑스 파리.한 조각가의 작업실에 파리시청의 직원이 찾아왔다.“선생님. 죄송합니다.”“무슨 일이오?”“장식미술관 건립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조각 주문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뭐라고?”“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음… 괜찮소. 상관없소.”“네에?”“마감 시한이 없어서 오히려 좋군.”“저어… 계획이 무산되어 저희는 돈을 지불할 수 없습니다.”“상관없다 하지 않소. 난 계속 이 작품을 할 것이오.”프랑스 정부는 1880년, 장식미술관 신축을 위해 미술관 정문을 장식할 조각을 만들어달라고 한 조각가에게 작업을 의뢰한다.
(카다파=데일리투머로우)박법우기자=인도를 대표하는 ‘오토릭샤’는 일본의 인력거(人力車,じんりきしゃ)에서 유래된 삼륜 교통수단이다.2인승의 오토바이 택시지만, 인도 구석구석을 다니는 오토릭샤를 보면 정원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사극 드라마 열풍과 함께 K-pop 드라마 속 전통 기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외국인은 물론 젊은 세대도 요즈음 고가구로 자신의 공간을 운치 있게 꾸미길 선호한다. 조인성 작가는 이런 유행이 오기 훨씬 전부터 고가구를 연구하고 현대적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인물이다. 어느덧 35년째, 폐기 직전의 고가구들을 특유의 감각으로 새롭게 살려내는 그를 만나본다.인사동에서만 느꼈던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곳이 또 있었다니! 지난달에 기자가 찾은 장안평 고미술상가 거리는 마치 오랜만에 박물관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맘때쯤 전 세계의 도시와 마을들은 화려하게 단장한다. 빨강, 초록의 알록달록한 조명과 거대한 트리장식들, 거리에 가득 울려 퍼지는 캐럴과 구세군의 종소리…. 한껏 멋있게 꾸며진 곳은 ‘셔터 본능’을 자극하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연말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곳곳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국가와 인종을 넘어 크리스마스는 축제가 분명하다.크리스마스가 축제, 연휴, 이벤트의 성격이 강해질수록 아쉬운 건 크리스마스에 담긴 진정성이 사람들 마음에서 희미해지는 것이다. 원래의 크리스마스Christmas는 영어로 ‘그리스도Ch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