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폐쇄병동, 1020으로 가득”몇 달 전, 신문을 보다가 눈길을 사로잡은 헤드라인이다. 무슨 말인가 싶어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정신과 마음이 아픈 1020세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과거에는 성인 조현병 환자를 수용하던 세브란스의 폐쇄병동 30개가 최근 1020 청소년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대부분 심한 우울증으로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한 아이들이라고 세브란스병원 신의진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가 말하고 있었다.학업에 거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친구들과의 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얼마나 듣고 살까?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관심 있는 이야기는 좀 더 크게 듣고,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듣지 않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같은 이야기를 다섯 번 듣는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서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면 또 어떨까? 더구나 믿어지지 않고 황당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이 똑같이 이야기한다면, 이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남편 하브 제마크가 쓰고 아내 마고 제마크가 그림을 그린 동화 《어리석은 판사》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법정에서 똑같은 이야기로 호소하는 장
인천은 한 공간에 선사 유적에서 첨단도시까지 어우러져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과 같다. 특히 우리나라가 왕조 시대를 끝내고 근대 국가로 나아갈 때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였기에, 외세와 관련된 흥미진진하고 때론 슬프디 슬픈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꺼번에 둘러볼 수 없어, 오늘은 격동의 진폭이 가장 컸던 개항기 제물포의 대표적인 장소들을 찾아간다.취재하러 가는 여행은 기사를 써야 하기에 대충 보고 지나칠 수 없고 허투루 넘길 수도 없다. 마치 이번이 마지막 가는 기회인 양, 마음을 다잡고 출발한다. 하지만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가까이에서 마음과 정을 나눈 사이, ‘친구’.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거장들에게도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옆에는 친구이자 경쟁자인 미켈란젤로가 있었고, 해바라기의 화가 고흐의 곁에는 그를 지지해 주는 동생 테오가 있었으며,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에게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있었다. 마네와 모네가 만나 미술사의 혁명 중 하나인 인상주의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세계적인 명화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미술사의 중요한 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화가의 친구들. 이번
3국 정상이 모여 합의한 ‘한미일 청년 서밋’ 개최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D.C.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 회담 성과를 말하면서 “세 나라의 청년 리더들이 함께 모여 글로벌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한미일 청년 서밋(정상회담)’이 신설된다.”고 했다. 매년 세 나라의 청년 리더들이 모여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올해 7월 초에 열릴 첫 개최지로 부산이 결정되었다.‘한미일 청년 서밋’은 국가정상들뿐 아니라 청년 리더들의 연대감도 구축해두겠다는 관
1억 850만 달러!상상 이상의 가격이 매겨졌다. 바로 지난 2023년 6월 27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오스트리아의 국민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애 마지막 작품, ‘부채를 든 여인’이 무려 1억 850만 달러, 한화로 약 1,408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는 유럽에서 경매된 예술 작품 중 최고 판매가이자 클림트 작품 중에서도 경매 최고가로 기록되었다.‘부채를 든 여인’을 보면, 금빛 바탕에 수 놓인 동양풍의 봉황, 학, 연꽃 문양 그리고 복잡한 무늬가 돋보이는 기모노 차림으로 화려한 부채를 손에 쥔 여성, 어깨선을 드러
1904년 프랑스 파리.한 조각가의 작업실에 파리시청의 직원이 찾아왔다.“선생님. 죄송합니다.”“무슨 일이오?”“장식미술관 건립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조각 주문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뭐라고?”“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음… 괜찮소. 상관없소.”“네에?”“마감 시한이 없어서 오히려 좋군.”“저어… 계획이 무산되어 저희는 돈을 지불할 수 없습니다.”“상관없다 하지 않소. 난 계속 이 작품을 할 것이오.”프랑스 정부는 1880년, 장식미술관 신축을 위해 미술관 정문을 장식할 조각을 만들어달라고 한 조각가에게 작업을 의뢰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맘때쯤 전 세계의 도시와 마을들은 화려하게 단장한다. 빨강, 초록의 알록달록한 조명과 거대한 트리장식들, 거리에 가득 울려 퍼지는 캐럴과 구세군의 종소리…. 한껏 멋있게 꾸며진 곳은 ‘셔터 본능’을 자극하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연말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곳곳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국가와 인종을 넘어 크리스마스는 축제가 분명하다.크리스마스가 축제, 연휴, 이벤트의 성격이 강해질수록 아쉬운 건 크리스마스에 담긴 진정성이 사람들 마음에서 희미해지는 것이다. 원래의 크리스마스Christmas는 영어로 ‘그리스도Christ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 한 편이 있다. 꿈과 사랑에 대한 도전, 가족애를 애니메이션으로 흥미롭게 풀어내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보여주러 극장에 갔다가 감동을 받고 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며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다양한 인종이 얽힌 이민사회 그려내‘엘리멘탈’은 유명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가 만든 작품이다. 극장 상영 후,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어 5일 만에 2,640만 뷰를 달성하였다. ‘엘리멘탈’은 올해 한국 영화관에서 꾸준한 흥행몰이를 해고, 이에 지난 5월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
우리는 매일 기다림 속에 하루를 산다.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반가운 누군가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늘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어려운 일이 기다림이 아닐까. 상대가 약속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신호등이 바뀌었는데 앞차가 0.5초라도 늦게 출발하면 경적을 울린다. 주문한 지 30분이 채 안되었는데 배달음식이 언제 오는지 전화로 독촉하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자동문인 줄 알면서도 ‘닫힘’ 버튼을 재빨리 누른다. 일에 있어서도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목
‘사과’로 얻은 명성, 현대 미술의 아버지‘사과’ 때문에 실패한 인생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듣던 화가 폴 세잔. 지금은 그의 ‘사과’가 현대미술의 꽃을 피웠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묵묵히 자신만의 보폭으로 ‘사과’를 화폭에 담았던 폴 세잔의 그림을 눈여겨 보자.폴 세잔법학도에서 화가의 길을 선택한 그는 19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화가다. 인상주의의 중심에 서 있었고, 하나의 완성된 그림에서 여러 시점을 동시에 표현하여 입체파의 시작을 열었다. 대담한 색채사용, 혁신적인 원근법 사용, 기하학적인 형태와
“한국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10대에는 학업, 20대에는 취업, 30대에는 사회적인 안정 등 어떤 관념에 맞춰서 살려는 게 강해 보여요.” 어려서 독일로 이민을 가서 2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지인이 얼마 전에 만나서 해준 말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가슴속의 꿈과 열정을 묻어놓고 산다. 영화 ‘위대한 쇼맨’은 이렇게 사회적 통념에 눌려 산 사람들이 꿈을 찾아가는 희망의 이야기이다.오, 이것은 가장 위대한 쇼! Oh, this is the greatest show!남성처럼 수염이 더부룩한 뚱
뜨거운 태양으로 굳게 닫았던 창문을 조금씩 열고 싶어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 창窓을 몇 번이나 바라볼까?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며 한 번, 오늘 날씨를 살피며 또 한번, 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무심코 창문 너머를 바라보기도 한다. 사색에 잠길 때도, 예쁜 노을을 감상할 때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문을 자꾸 응시한다.이번에는 창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를 소개하고자 한다. 앙리 마티스는 순수하고도 강렬한 색조, 단순한
영화와 드라마는 실제 인생을 빗대어 담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수많은 관객을 울리고 웃겼던 감동의 주인공 중 많은 이들이 ‘슬로 스타터’라는 것이다. 각양각색 서로 다른 시대, 환경 속의 주인공들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영화: 리바운드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이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당시 중앙고 농구부는 이름만 있지, 실제 팀원은 하나도 없는 상황. 양현은 길거리 농구가 한창인 거리와 학교 운동장을 다니며
무덥긴 하지만 8월은 여행하기 좋은 달이다.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어디든 가볍고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과정은 조금 귀찮지만, 막상 기차 위에 오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번 여행은 어떨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에 발걸음이 신이 난다. 여행지에서 갈팡질팡해도,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 헤매도 모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길 참 잘했다.’는 만족감이 드는 게 여행이다.나에게 ‘여행’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생 라자르 역’이다. 증기를 내뿜고
국제시장우리에게는 영화 ‘국제시장’으로 유명하지만, 국제시장에는 사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역사가 서려 있다. 1945년 광복 이후에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그들이 남긴 물건들을 팔기 위해 형성된 곳이다.난전처럼 여기저기 생겨나 도떼기시장 같은 ‘자유시장’이 만들어졌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부산항에 미군의 군용물자가 들어오고 이때 밀수입된 온갖 상품이 이곳 시장을 거치면서 명칭이 ‘국제시장’으로 바뀌었다. 2015년엔 영화 ‘국제시장’이 관람객 1,500만 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운영하던 잡화점 ‘꽃분이네’는 이제
‘여름’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푸른 바다, 뜨거운 햇살, 녹음綠陰, 소나기, 휴가, 여행 등 여러 단어가 떠오른다. 이번 호에서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스페인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Joaquin Sorolla의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작품 속에 담긴 무언가를 읽어내야 한다는 일종의 직업병 때문에 나는 편안한 마음보다는 고민과 질문을 가지고 작품을 대할 때가 많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이 그림이 왜 유명할까?’, ‘작가는 어떤 의도로 그림을 그렸을까?’, ‘어디서 어떤 영향을 받아 표현한 것일까?
‘타이타닉’과 ‘아바타 1, 2’로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화려한 이력에 가려져 그가 열렬한 ‘바다 덕후’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물’, ‘바다’, ‘심해’가 그가 만든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상징적 의미로 등장한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리라. ‘바다’는 구체적으로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카메론 감독의 작품과 개인사를 살펴보며 바다를 향한 그의 남다른 사랑과 메시지를 확인해 보자.‘바다’ 배경 CG로 13년 만에 찾아와, 영화 ‘아바타 2: 물의 길’작년에
십자군 전쟁, 1·2차 세계대전, 프랑스 시민혁명, 베트남전쟁,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최근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인류는 수많은 전쟁과 분쟁을 거쳐 왔고, 지금도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행위가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먼 옛날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전쟁의 비극이다. 이번에는 전쟁화戰爭畵, 즉 전쟁 장면을 그린 그림들을 소개한다.‘전쟁화’라고 하면 제일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용맹한 장군의 자화상, 생생하고 참혹한 전투 장면, 전쟁에서 승리하여 기뻐하는 군인의 모습을 그
《연필 하나로 가슴 뛰는 세계를 만나다》의 책 표지를 보며 나에게 ‘연필’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떠올려봤다. 학창 시절,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라고 추천되던 일명 깜지를 써내느라 항상 내 손은 연필 흑연의 새까만 때로 가득했다. 공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손에서 놓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즐겨하지도 못했던 애증의 연필. 해방되고 싶은 공부라는 사슬, 학생의 신분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지루하고 부담스런 일상의 한 상징이었던 연필.하지만 ‘연필 하나’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약속’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책의 저자 애덤 브라운은 말